이웃나라 일본, 그리고 엄마가 보는 엄마의 이야기
오후 3시가 넘은 시간, 회사에 나왔다. 금요일에 퇴근하며 집으로 가져가야 할 물건을 깜빡했다. 엄마가 된 이후론 자꾸 잊어버린다. 엄마가 되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그냥 그런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회사로 나왔다. 두 딸아이에게 과자를 입에 물려주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의 문을 열어 보여줄 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bZPgMXBnjjE
황후가 된 마사코, 그리고 딸 아이코
이웃나라 일본에선 최근 '즉위식'이 열렸다. '황실'이 여전히 존재하는 일본에서는 큰 변화다. 일본에선 황제, 그러니까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나루히토(德仁)다. 눈길이 가는 건 그런데 그의 아내, 마사코(雅子)다. 무려 16년 전 일본에 잠시 있을 때 본 뉴스에서 본 마사코는 딸을 갓 낳은 엄마였다. 공주를 낳아 기뻐했고, 일본인들은 모두 환호했다.
십수 년의 시간이 지난 사이, 마사코는 분투했던 듯하다. 일본의 왕실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그런데 마사코는 아들이 없었다. 왕실은 마사코를 압박했고, 마사코는 두문불출했다.
사랑꾼 나루히토
나루히토는 마사코에게 7년을 구애했다. 사랑꾼이었다. 외교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마사코는 영어와 러시아어 프랑스어에 능숙했다. 하버드 경제학과-도쿄대 법대-외교관의 길을 걸었던 마사코는 자신감이 넘쳤다. 젊은 왕자 나루히토는 마사코에게 한눈에 반했다. 평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마사코는 일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7년이란 시간은 그렇게 흘렀다.
왕비와 공주
공주 아이코(愛子)는 2001년에 태어났다. 엄마가 된 마사코는 아이코를 잘 키워보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엄마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25년간 '평민 출신'이란 왕실의 손가락질과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아이코 역시 가쿠슈인(學習院)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일을 겪었다. 아이코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자라났지만, 엄마 마사코의 마음은 여느 엄마처럼 편치 않았을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왕후, '마사코의 시대'
무려 25년 동안 암흑의 시간을 보낸 마사코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남편보다 키가 크다고 첫 기자회견에서 말을 많이 했다고 지탄을 받았던 그녀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서 마사코는 전직 외교관답게 눈에 띄는 '외교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왕비가 된 마사코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아들만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일본 왕실의 규범을 벗어나 딸인 아이코에게 왕실을 물려줄 수 있는 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마사코는 아이코에게 자신이 겪었던 갑갑한 삶을 대물림 못하도록 막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