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6월 6일.

나는 우물 안에 갇혀있다.

깊은 우물 안에 갇혀있다.

고개 들어 위를 바라보면 까마득히 높은 곳에 동그랗게 하늘만이 보이고, 동그랗게 우물벽이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물 위에 떠있다.

가라앉지 않으려 빠져 죽지 않으려 부단히 발을 구르며 고개만을 간신히 내민 채,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다.

조금 튀어나온 우물벽을 보았을까

힘을 내어 우물을 벗어나려 힘을 내어 잡아보지만

소용없이 무너져 버린다.

그리고 나는 더욱 깊이, 우물 안, 물속으로 빠져든다.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 치며,

하늘에서,

우물 밖에서,

나를 구해줄,

줄이 내려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갇힌 이 우물이,

버려진 우물이 아니기만을 바란 채,

그저

줄이 내려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가 보려 나가 보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나의 힘은 급격히 빠져 버리고,

결국 나는

이 우물을 벗어나기는커녕,

결국

빠져 죽으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비우고,

빠지지 않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떠 있을 뿐,

줄을 기다리며...

하지만

이 캄캄한 우물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 우물 안에는 괴물이 득실거릴지 모르고,

그 괴물들은

내가 힘이 빠지기만을 기다릴 수도 있다.

풀에 지쳐 물에 빠져 죽거나,

괴물에게 잡아 먹히거나....

방법은 하나다.

괴물이 되자.

줄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며,

괴물이 되자.

그래야 살아남는다.

괴물이 되자.


MRRC에 도착해 센트럴 코트(central court)로 가는 죄수별로 다시 트럭에 올라타고, 트럭은 출발했다.

2주 만에 보는 바깥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코트까지 가는 길을, 트럭 안,

철문 위에 손바닥 만하게 있는 플라스틱 유리를 통해,

놓치지 않고 바라보았다. 또 언제 볼지 모르니....


저것은 자동차다.

건물이다.

사람이다.


피곤하다. 잠시 눈을 붙이자.

다른 죄수들은 벌써,

그딴 거 관심도 없다는 듯,

다들 자고 있다.

잠시눈을 감고 뜨니, 시드니 시티에 와 있었고,

달링하버가 뒤로 지나가더니

내가 살던, 매일 걸어 다니던 거리들이 나오고,

조금 더 가, 차가 멈추었고, 몇몇 죄수들이 내리더니

다시 차는 출발한다.

어디로 가는 걸까...

지금까지 갔던 곳과 같은 곳으로 갈 텐데....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어디인지,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하려 부단히 노력했다.

"어, 여긴 PITT STREET인대..

어, 여기였네....."

그곳은 매일 다니던 길목이다.

한국 식품을 사려, PC방을 가려,

매일 다니던 길목 지하로 들어가더니,

이내 코트가 나왔다.

"이곳이었구나. 이곳에 있었구나.

전혀 몰랐는데, 이렇게 알게 되는구나."


차에서 내리며 내 이름과 MIN넘버를 묻는다.

MIN넘버는

일종의 교도소 주민번호라고 하면 될 것이다.

내 MIN넘버는 '455555'이다.

유감스럽게도 '5'가 다섯 개다.

이런 경우가 흔하겠는가?

「내 앞에, 누군가 한 명 더 있고, 없었다면,

난 다른 번호를 받았겠지.....」

매번 민 넘버를 말할 때마다 겪는 일이지만

다들 웃는다.

민넘버 오가 다섯 개다 하며,

재차 묻고, 재미로 묻고, 젠장,


코트 지하에 있는 구치장으로 들어간다.

같은 입구지만 지난번과는 달리 입구 바로 안에 있는 주치장으로 들어간다. 수갑을 풀고 문은 닫힌다.

앉지 못하겠다. 가만히 있지 못하겠다.

그저 대각선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시멘트 바닥이 아닌 흙바닥이었다면

아마 대각선으로 깊이 파옇으리..

그렇게 바닥에서 지하수가 나오기 전,

나를 불렀고, 나는 변호사를 만나러 갔다.

조금 기다렸을까.

처음 보는 통역사와 그동안의 변호사가 왔다.

변호사는 안 좋은 소식을 가져왔다며,

"상대방은 너의 진술은 모두 거짓이고,

일방적으로 네가 공격을 했다."

진술하여 혐의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 높은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지고

변호사도 한 단계 높은 변호사로 교체된다고 한다.

그리고 말하길,

"이러한 케이스의 최고형량은 24년이다."


"이런 개새끼가 있나, 너 이개새끼야, 네가 날 위해 해준 게 무엇이냐. 그래 넌 국선 변호사다.

그래도 내덕에 국가에서 돈을 받아먹는다.

그럼, 최소한의 무언가를 제공하지는 못할망정,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 죄의 최고형은 24년이요."라고 말하는 거냐 이런 개새끼야!"


아무 말 못 했다.

단지, 내 이야기 좀 들어 달라 했다.

넌 내 파일은 물론 내 이야기조차 외면했잖아.

나 답답하다.

좀, 속시원히 말 좀 하자.

5분이라도 시간을 달라 말하고,

내 이야기를 얼마 했을까.

변호사가 말을 끊더니,

어차피 변호사 바뀌니 자신한테 해봤자 소용없단다.


"개새끼"


통역관의 인상은 좋았다. 여자였고,

눈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전 통역사와는 다르게, 나를 죄인으로,

혐오한다는 눈빛이 아닌, 동정 어린 눈빛이었다.

판사에게 갔다.

통역관이 유리벽 옆에서 통역을 해주기 위해 붙어 있었고, 나는 그 통역관에게 말했다.

"혹시, 교회 다니세요?"

"네, 교회 다니고 있어요."

"그럼, 죄송한데, 부탁 하나만 할게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교도소를 떠나기 전 날, 혹시 몰라,

이곳, 주소와 친구와 부모님 연락처를 적어갔다.

만일, 잘못되면 연락해 달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다른 어떤 말도 없이,


나는 저 말만을 조용히 했다.


판사는 6월 16일 변호사와 만나 상의하고,

7월 7일에 재판을 한다 말했다.

그리고 바로,

다시,

구치소에 갇혔다.


아마 지하수가 흐를 거다...


그리고 오늘 나는,

며칠 전 만난 일본 아저씨의 소개로 한국인을 만났다.

중국인이라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었는데,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그 친구와는 이제 매일 같이 만날 테니

천천히 이야기해도 되겠다.


글 쓰기가 싫어진다.

심각하게...

싫어진다.

글 쓰기를 빨리 끝내고 싶다.

하지만 길어질 것 같다.

생각보다,

그래서 더 쓰기 싫다.

오늘도 여기까지만 쓰련다.


"나약한 나를 버리고 괴물이 되자."


그 한국인이 준,

아니,

빌려 준 두 개와 내게 준 한 개의 책.


도전과 기회 3C혁명,

안아주심,

신약성경(시편, 잠언 수록)


안아주심이나 읽으련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