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는 약 7개월을 감옥에 있었고,
앞으로도 1년은 더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 어디에도
그것에 대한 어둠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신앙도 깊어졌어요" 그러며
그가 건넨 성경책과 기독교 서적들....
"형도 이번 기회에 다시 시작해 보세요."
"근대 조금 웃기지 않아.
내가 강할 때는 외면하다, 약해지니 의지하게 된다는 거.... 차라리 강할 때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그렇다.
무슨 옥중일기니, 무언가를 보면,
끊임없이 등장하는 레퍼토리들,
유치하고 비웃음 나오고 무언가 아닌 거 같은 것들.... 하지만,
난 그 친구가 준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그동안 몰랐던 것,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진작 알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다는 후회보다는,
"아, 이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였구나!"
“나의 눈물을 주님의 병에 담으소서.” 시편 56:8.
이곳 파라마타에 온 후부터,
다이어리의 날짜를,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X표시를 했던, 의무를 잊어버린다.
그 친구의 이름은 '김준태'이다.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고, 셰어 하며 살던,
한국인 집주인이 보증금을 되돌려 주지 않아, 집주인의 집에 침입을 해, 위협을 하며 보증금에 상당한 TV를 들고 나오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TV가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 그냥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6개월이 지나고 스트라스필드에서 술을 먹다 만취해, 경찰에 의해 경찰서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그 한국인 집주인의 신고로 접수된 그의 신분이 확인되어 7개월가량 감옥에 있었고, 앞으로 더 있어야 한다고 한다. 7개월 동안 혼자였고, 나를 만나 처음으로 한국말을 한다고 한다.
그 친구가 내게 볼펜 두 개를 주었고,
덕분에 빨간 펜에서
파란 펜으로 바꾸어 글을 쓰고 있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 약 중,
나는 빨간약도 먹었고, 이제 파란 약을 먹었다 하자.
제발, 이제, 다른 일이,
좋은 일이 생기기만을 바란다.
TV에서 영화 '에니기븐선데이'가 나온다.
MRRC는 두 개의 영화 채널에서 각각 같은 영화를 하루 종일 보여주었다면, 이곳은 하나의 영화 채널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여준다.
제대로 들리지 않는 영어이기에, 영화 화면 안에서 다른 것을 보려, 찾고 있다. 내가 생각하듯 '영화'는 ‘대화'나 '이야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나에게 오히려 또 다른 도움이 된다.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더 나빠진 내 법적상황, MRRC와는 다른 이곳,
한 선생님의 부재... 등등..
적응하지 못함인지 혹은 적응해 버림인지..
모든 자세나 마음가짐이 예전과는 다르다.
귀찮음, 졸림, 같은 현상이 생겼고,
아침에 눈 뜨기가 싫고,
모든 것이 지겹다.
"자살할 생각 있냐?"는 질문에
“네버"라 자신 있게 말했지만
가끔 '자살'이라는 단어도 머리에, 떠오른다.
어제 저녁에는 부모님이 꿈에 나오셨다.
나는 그들을 보는 대, 그들은 나를 의식하지 못했다.
다정해 보였고, 꿈에서라도 보게 되어 좋고,
또 슬프다.
점점 글도 엉망이 된다. 진작 그랬지만, 더 심해저...
말도 안 되는 문장의 연속인 것만 같다.
이 글을 있는 그대로...
오타와 띄어쓰기만을 고치려 했지만,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저녁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밖에 앉아 있는다.
간간히 걷기도 하지만
도무지 그 많은 사람들,
범죄자들, 앞을 걷기가 쉽지만은 않다.
왜 이리 이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나 했더니,
약 한 달 전 4명의 죄수가 탈옥을 하여 또 다른 곳의,
운동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리 많은 인간들이
이 공간에 모여 있는 것이다.
김준태는 말도 별로 없다. 하지만 좋은 사람 같다.
사람을 구분 짓지 않고 그저 좋고, 나쁘다는, 기분으로 만나왔던 나지만, 준태가 준 기독서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해
가까이 혹은 멀리 두는 게 지혜라고 한다.
그것을 몰랐다.
"아니, 그런 '구분'을 내가 왜 지어?
그냥 내가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 아니야."
엉뚱한 내 생각에 갇혀 세상을 우습게 여겼던
내 실수가 이렇게 나를 만든 것이다.
좋게 생각해서 잘된 일이다.
이렇게나마 알게 되었으니...
준태는 가끔 글도 쓴다. 무슨 글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땐 상당히 신중하게 쓰는 것 같다.
그 신중함이 궁금해 물으니,
“생각하고 쓰느라 늦는다." 말한다.
나와는 정말 다르다.
나는 생각하게 되면 글 쓰기를 멈춘다.
그저 내 의식이니, 무의식이니 하였던 것을
한 순간에 손가락이 움직여 그냥 볼펜이 글을 써내려 간다. 볼펜이 멈추고, 무엇을 쓰지 하면
이내 펜을, 뚜껑으로 집어넣는다.
그러니, 준태는,
“글 많이 쓰시나 봐요.
생각 안 하고 글쓰기 되게 어려운데....."
"나는 생각하고 글 쓰는 게 더 어렵단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냥 글을 썼지, 쓴 글을 제대로 다시 읽어 보지 않았다. 읽어 보려 몇 번 했지만 당최 무슨 소린지 나도 모르겠고, 부끄럽고, 그 아픔이 다시 오는 것 같아,
감히 읽어 내려가지 못한 거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모른다.
나 자신도 그렇게 형편없는 사람이 돼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겹고,
나가고 싶다.
벤치에 앉아 이런 말을 했다.
“하늘 나는 거 가르쳐 주는데 없나? 투명인간이어도 좋겠지, 사라져도 찾지 못하니, 그리고 벽을 통과해도 좋겠지, 스파이더맨은.. 음, 그건 벽 타고 탈옥하다
총 맞을 수도 있으니, 나쁘겠다.
하늘 나는 게 제일 좋겠다....."
어젯밤은 너무 추웠다. 추위에 깨어 천조각이란
천조각은 모두 끌어당겼지만 그래도 추웠다.
계속해서 하루가 지날수록 더 추워질 텐데
벌써부터 이러니 큰일이다.
“줄’이 어서 내려오기만을 바란다.
그렇다고, 손꼽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러면 줄이 안 내려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말도 안 되는 사소한, 미신 같은 것이 무척 신경 쓰인다.
이렇게 나는 허우적 대며
점점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이렇게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니
그것이 더 힘들다.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놈이었다니,
참 나원, 뭐냐..
너란, 나란 존재는,
한마디로 네가 자주 내뱉던 말처럼
‘좇도 아닌 놈' 같다.
그래도 나는 나를 믿을 수밖에 없다.
깨어나자.
어제 저녁에 기독서적을 읽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내 눈에 씌어있던 어떤 장막이 휙 하고 사라져
조금 초롱초롱해진 기분이 들었다.
낮에는, 그놈에, 내 짐, 때문에
몇 번이고 전화시도 했었지만,
불가능했던 것이 마침내, 연결되었다.
저편에서 들리는 바깥사람 '주영'의 목소리가 신기했다. 반갑다기보다.
신기했다.
볼펜도 세 자루가 되었고 읽을 책도 여러 권 생겼지만, 예전 같지 않다.
그것을 사치라 말한다면 혓바닥을 뽑아버려야지.
이건 무언가 다른 감정이다.
설명할 수 없다.
최대한 미화를 배제한다.
내 현실은 참혹하기에...
'미화' 그건 밖에서, 감옥을 상상할 때나, 생각할 때나 할 수 있는 거짓나부랭이다.
이곳에 라이브로 있어봐라.
어떻게 되는지....
절대 아름답거나, 묘사적일 수 없다.
표현력도 줄어들고 모든 것이 목마르다.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거리기 힘든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으리..
이렇게 기본적인,
한글을 쓴다는 것조차 감지덕지하는 것이다.
나는 내 상황이,
이 말도 안 되는 문장과도 같다는 것을
반영해 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이,
이 형편없음이,
글에서도 형편없음으로 표현되고
또 느껴졌으면 좋겠다.
경기를 앞두고, 외치는
알파치노의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처럼,
그것에 감동받았으면 좋겠다.
그가 무슨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말소리에서 무언가 느낄 수 있다.
난 그것만을 원한다.
이 글이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글이 느껴지면 좋겠다.
시한부 인생이란 것은 언제 죽을지 대략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고 사는 사람보다
평범히 살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는 사람이 더 많다.
무슨 차이일까?
죽는 날을 알고 살아간다는 것과
언제 죽을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
삶의 행복으로 보면 후자는 일.....
모르겠다.
그저 난,
내가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고,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친다.
하지만 이 희망이란 것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 희망을 버리면 조금은 더 쉽게,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이 희망을 버리면,
저 위에서,
줄은 영영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거 버려 버리면
조금 더 가벼워질텐데...
어찌해야 하오이까..
무겁습니다.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