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4

2026 서울마라톤 42.195km

by 오현준

꿈을 꿨다. 대회를 하루 앞둔 2026 서울러닝엑스포 현장. Cass 부스에서는 내일 대회에서 목표로 하는 기록을 적어두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나는 도전적 목표로 4:10을 잡았다. 그렇지만 그 부스에서 만큼은 SUB4 주자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적은 3:59:35. 찰칵.


대회날 아침 크루원분들이 목표를 묻는다. 누구에겐 Sub4라 답하고, 누구에겐 4시간 10분이라 답한다. 10분 차이가 마라톤에서 얼마나 큰 지 감도 없다. 나한텐 둘 다 터무니없다. 그냥 나오는 대로 뱉었다.


"현준님. 절대 초반에 5’30“보다 빨리 뛰지 마세요. Sub4를 못하더라도 그래야 후반에 힘들지 않아요.“

풀코스 경험이 많은 크루원의 조언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페이스라 마음에 새겨만 뒀다.


G조. 2026 서울마라톤 풀코스 마지막 조다.

“여러분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건강하게 완주만 하세요.”

사회자의 말이 괜히 서글프게 들린다. 출발선에 나란히 서있었던 전 축구선수 ‘이영표’님께 파이팅하란 말을 남기고 나만의 42.195km를 시작했다. ‘5km까지는 웜업이다.‘ 나만의 계획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파이팅 하세요! 다 왔어요.”

지쳐갈 때쯤이면 어김없이 응원단의 응원 목소리가 들린다. 그럴 때면 꼭 가장자리로 달리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파이팅!!!!” 응원을 하시는 분도 그리고 나도 파이팅이다.


30km. 이제 긴장이 좀 된다. 대회를 앞두고 장거리 훈련을 하지 않아 더 무섭다. 다리가 무거워지려 하면 다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마치 후배들을 이끌던 때처럼 지금은 나 스스로를 이끌어야 한다. ‘도착해서 쉬어야지 현준아.’ 웃어라 현준아. 넌 할 수 있다.


40km. 이미 느꼈다. 지금부터 걸어도 sub4다. 처음부터 부지런히 페이스를 당겨놓은 덕분에 여유가 생겼다. 30km 지점부터도 페이스가 크게 밀리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일까. 어제 엑스포에서 꿨던 꿈의 실현이 코 앞이다.


42.195km. 3:50:40. Sub4 러너.

꿈 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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