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기록증을 가져오라구요?

2025 공원사랑마라톤 42.195km

by 오현준

2025 동아마라톤 자원봉사가 끝나고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세상 일이 어찌 다 내 생각처럼 되겠는가.

풀코스 참가 희망자는 이달 26일까지 자신의 과거 풀코스 기록을 제출해야 합니다.

네? 풀코스 기록을 제출하라구요? 설마 자원봉사까지 하고 10km 뛰는 건가? 지난달 하프마라톤 두 번 완주도 도전이었다. 빠듯한 제출기한을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공원사랑마라톤 기록 인정 되나 봐요. 같이 공원사랑마라톤 뛰고 올 크루원?”

풀코스 기록증은 나만의 숙제는 아니었다. 우리 크루에도 2026 동아마라톤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또 대다수는 아직 풀코스를 뛰어보지 않은 분들이었다. 한 분이 풀코스가 운영되는 주말대회 정보를 가르쳐주셨다. 5월 25일. 제출기한을 하루 앞두고 풀코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공하면 풀. 실패하면 10km다.‘


”5시간 내에 완주만 합시다. 다치지 말고.“

부상 없는 완주를 두 번, 세 번 강조하시는 크루장님. 아직까지는 다들 같이 뛰는 오늘 대회가 설렌다. 단체사진도 한 장 남기고 출발선에 섰다. 응원하기 위해 이곳에 온 한 크루원의 카메라를 보며 파이팅을 외치곤 레이스를 시작했다.


‘아 그만 뛰고 싶다’ 귀신같이 21km를 지나가니 다리가 무겁다. 고관절이 아프고, 날씨도 너무 덥다. 문제는 나만 그런 거 같다. 옆에 함께 뛰는 크루원분들이 아직도 쌩쌩하다. 지난 대회 때부터 고관절과 무릎이 뛸 때마다 말썽이다. 벨트에 넣어둔 진통제를 꺼내 일단 한 알 먹어본다. 따라가자.


30km가 지나자 모두 말이 없어졌다. ‘이제 1시간만 더 가면 된다.’ 생각을 하는 데 앞에 웬 할아버지 한 분이 맞은편에서 뛰어오고 계신다. 비틀비틀 뛰는 폼이 너무 불안하다. 걱정스러운 맘에 뒤를 돌아보니 등에 적혀있는 ’풀마라톤 완주 100회 클럽‘이라는 문구가 눈에 보였다. 엄청난 선배님이시구나. 출발할 때 뵀던 것 같기도 하고 아마 그럼 1바퀴 차이가 나는 듯하다. 이대로라면 우리보다 1시간은 더 달리셔야 할 것 같다. 우리처럼 기록증을 위해서 여길 달리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저 해오신 달리기기 때문에 달리는 걸까. 나는 평생에 풀마라톤 100회를 뛸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불안하지만 단단하게 뛰어가는 저분의 등을 보며 1시간 할 수 있다. 의지를 불태웠다.


’하하하하하하하‘ 표정은 애써 숨기지만 마음까지 숨겨지지 않는다. 내가 완주라니. 포기하지 않았다니. 스스로가 너무 대견했다.


“축하해요. 너무 고생했어요.”

크루원 간 건네는 인사말에는 진심이 듬뿍 담겨있다.


“우리 밥 먹으러 가요.”

뭘 먹어도 좋습니다. 뭘 먹어도 맛있을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2025 동마크루 오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