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서울마라톤 동마크루
부스럭거리며 겨우 잠에서 깨 눈을 깜빡였다. 새벽 5시였다. 서둘러 씻고 밖으로 나왔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 대회날 비가 오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2025 서울마라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산을 쓰고 잠실종합운동장을 향해 걸었다. 이 새벽에 강남을 걷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공기가 축축하고, 바람이 불 때면 봄이 오다 만 것 같은 추위가 느껴졌다. ‘오늘 뛰는 사람들 좀 힘들겠는데.’ 나는 참가자가 아니었다. 동마크루 자원봉사자로 가는 중이었다.
봉사 때문에 서울에 숙소까지 잡았다. 러닝을 좋아하긴 하나보다. 사실 순수한 마음도, 열정도 아니었다. 2026 동아마라톤 접수 기회를 준다는 말에 덥석 신청했다. 우리나라 최고라 꼽히는 마라톤 대회. 한 번은 나가봐야지 않겠냐는 마음이었다.
종합운동장에 도착했다. 나는 골인지에서 메달을 나눠주는 역할을 배정받았다. 조장님과 조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늘 파이팅 하고, 내년엔 참가자로 주로에서 만나길 기약했다.
동아마라톤은 독특하게 풀코스와 10km 출발지가 다르다. 풀코스 주자들은 광화문에서 출발해 잠실로 도착하고, 10km 주자들은 잠실에서 출발해 다시 잠실로 돌아온다. 저 멀리서 10km 출발 소리가 들렸다. 부러웠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나도 잠실을 달려보고 싶었다.
메달을 세팅하고 숨을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10km 선두 주자 골인했습니다. 준비하세요.”
벌써? 입상하시는 분들은 정말 남다르다. 저 멀리 1등이 걸어오는 게 보였다. 표정이 제법 밝았다. 멋있었다. 뒤이어 선두권 주자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메달을 목에 하나하나 걸어드렸다. 내가 주자라면 너무 기쁠 것 같았다. 또 부러웠다.
10km 주자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분 한 분 수고했다는 마음을 담아 메달을 건넸다. 후미 주자들까지 들어오고 이제 풀 주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조장님이 돌아다니며 풀코스 주자가 정말 많으니 정신 바짝 차리라고 하셨다. 긴장이 됐다.
“풀코스 선두 들어옵니다.”
장장 4시간이었다. 풀코스 선두가 2시간 초반대에 들어오고, 컷오프 5시간까지 완주자들이 꾸준히 밀려들었다. 축하한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해보긴 처음이었다. 성별, 나이, 국적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메달을 받아갔다. 활짝 웃는 사람도 있었고 펑펑 우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다. 골인지를 지나자마자 쥐가 오르셨는지 한동안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셨다. 안전요원들이 서둘러 달려갔지만 쉽게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앰뷸런스를 타고 가셨다.
풀마라톤을 완주한 나를 상상해 봤다.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쓰러져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