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2025 고양하프마라톤 21.0975km

by 오현준

아식스에서 러닝용 반팔티, 러닝용 쇼츠를 구입했다. 써코니 엔돌핀 프로4. 처음으로 카본화도 신었다. 10km의 두 배가 조금 더 되는 거리. 하프마라톤 출발선에 섰다.


2025년 4월 벚꽃이 흩날리던 고양. ‘완주를 할 수 있을까’는 불안을 ‘할 수 있다’ 믿음으로 덧칠해 가며 한 발, 두 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말도 안 되게 몸이 가볍다. 넓은 도로를 자유롭게 달려 나간다. 쭉쭉 뻗은 도로, 고저가 거의 없는 평평한 주로, 주변 가득 함께 뛰는 러너들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자 눈에 담는다. 하프 완주를 준비하며 케이던스를 신경 쓰고자 노력했다. ‘챱챱챱챱’ 주변 사람들의 발구름 소리가 마치 오케스트라의 환상적인 하모니 같다. 각자 자기의 속도로 뛰겠지만 소리가 하나로 모인다. 그 리듬 위에 나도 발을 맞추어 본다.


10km 지점. 원래라면 나의 레이스는 여기서 끝이었을 테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나는 하프 주자니까. 뛴 만큼 그리고 조금 더 달려야 레이스가 끝난다. 오히려 기분이 좋다. 여기서 끝났다면 너무 아쉬웠을 것 같다. 이게 러너스 하이인가? 눈앞에 벚꽃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람에 벚꽃 잎이 날려 비처럼 떨어진다. 봄이다. 날씨도, 내 마음도.


16km가 지나니 이제 점점 지친다. 달려본 적 없는 거리를 달리려니 숨도 가쁘고 다리가 아파온다. 멈추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나를 늦춘다. ‘걸을까?’


“파이팅! 다 왔다!”

응원단이다. 차마 저 앞에서 걸을 수 없다. 걷더라도 지나가고 걸어야지. 달리면서 이렇게 응원단이 많은 경험이 처음이다. 괜히 우리나라 3대 하프마라톤이 아닌가 보다. 응원이 끝나야 걸을 수 있는데 골인지점까지 끝없이 사람들이 파이팅을 넣어준다.


“파이팅!!!!”

나도 응원단을 향해 파이팅을 넣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기기로 했다. 스타디움이 눈에 보인다. 이제 아쉽지 않다. 이 레이스 충분히 즐겼다. 끝내줘 제발. 피니쉬라인을 기대하며 스타디움에 들어섰다. ‘어? 스타디움 트랙을 한 바퀴 돌아야 골인이라고?’ 그래도 밝게 웃어본다. 보는 눈이 많다.


“와 현준님! 완주 축하해요!”

도착하자마자 크루원이 축하를 건넨다. 벅차오른 목소리로 감사함을 전한다.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너무 기뻐서 심장이 자꾸 뛴다.


1:53:03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숫자가 손목에 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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