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고도 750m

2025 안동마라톤 42.195km

by 오현준

"띠리링“

새벽 3시 알람소리가 울린다. 차에서 겨우 쪽잠을 자는 중이라 더욱 반갑지 않다. 주섬주섬 차에서 가방을 꺼내 건물 밖으로 나왔다. 서울역 9번 출구 앞. 저 멀리 버스가 보인다. ‘이게 잘하는 짓일까’ 일단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도착했습니다.”

안동종합운동장. 날씨는 내 맘과 같이 매우 흐림. 여기까지 오는 버스 안에서 잠을 조금 더 보충했다. 걱정과 불편함에 계속 깼다. 풀마라톤을 뛰기엔 충분하지 않다. 극악의 마라톤 중 하나로 꼽히는 ’안동마라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제대로 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가 온다. 그동안 대회에서 비가 온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필 오늘 날씨가 이런다고?‘ 하늘이 원망스럽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도 빗물이 앞을 가린다.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길의 바닥은 계곡 마냥 물이 흘러내려온다. 신발은 물론 양말, 상의, 하의 온통 물에 빠진 생쥐 꼴이다.


언덕을 오르면 다시 내려가고, 기껏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고. 빗길은 또 왜 이렇게 미끄러운지 ‘새벽에 알람 소리를 듣지 말걸. 고민될 때 차를 돌려 집으로 갈 걸’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야옹. 야옹.“

이 놈의 쥐는 왜 자꾸 올라오는지. 쫓아내려고 끝없이 야옹거려 보지만 큰 차이가 없다.


40km 안내판이 보이고, 저 멀리 운동장이 얼핏 보인다. 서러움이 몰려온다. 내가 무슨 정신으로 안동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했을까. 내가 왜 비가 오는 데 여길 뛰고 있을까. 골인지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왜 열심일까. 이게 뭐라고. 빗물과 눈물이 함께 싱글렛을 적신다. 오랜만에 울어본다.


완주를 하고도 웃음이 나지 않는다. 끝났다는 생각,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다. 힘겹게 주저앉았던 몸을 일으켜 구석으로 향했다. 4:37. 이 힘듦 속에서 완주를 한 내가 기특하다. 옷을 갈아입고 셔틀버스에 다시 올라탔다.


“셔틀이 출발해야 하는 데 아직 도착을 못 한 분들이 계셔서 한 대만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안도감. 성취감. 뒤늦은 만족감.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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