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감상문
최근 들어 가장 핫한 직업 중 하나는 단연코 인터넷 방송인일 거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색다른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일반인이 감히 벌 수 없는 금액을 받는 이들은 최근 몇 년간 많은 어린이들이 선망하고 있는 직업 중 하나가 되었다.
여기 이 인터넷 방송인을 연상케 하는 ‘쇼’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8개의 방. 그리고 8개의 숫자. 고급진 리무진을 타고 한 공간에 들어간 8명의 사람들이 펼치는 독특한 쇼. 이들은 모여서 무얼 하려는 걸까?
<더 에이트 쇼>는 네이버 웹툰의 인기 웹툰인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하고 넷플릭스의 지원 아래 실사화로 만들어진 드라마다. 8명의 사람들이 특수한 공간에 들어가 24시간 감시당하며 그 대가로 분당 얼마 씩 돈을 받아가는 게임을 한다는 설정이다. 등장인물들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어 이들을 통해 인간군상을 묘사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성격을 띤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평상시 이런 류의 드라마를 즐겨 보던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본 것 중에 기억나는 걸로는 <오징어 게임>밖에 없는 것 같다. 그 덕분인지 <더 에이트 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전개, 그리고 설정들이 나에겐 모두 참신하게 다가왔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참신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주체이자 작중에서 이 쇼를 기획한 주체가 된 듯한 연출이었다. <더 에이트 쇼>에서는 이 게임의 주최자의 모습은커녕 이 쇼의 목적조차도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독특한 게임 형식의 서바이벌을 하며 사람들을 가둘 때 그 게임을 지켜보는 세력이 존재한다. 이들은 작중에 등장하면서 게임을 지켜본다. 이와 달리 <더 에이트 쇼>는 게임의 주최자를 철저히 등장시키지 않아 이 드라마를 보는 우리가 이 쇼의 주최자고 또 그걸 cctv를 통해 콘텐츠로서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 에이트 쇼>의 연출 이야기를 더 하자면 연출이 참 친절하다는 것이다.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배진수(류준열)’이 처음으로 ‘더 에이트 쇼’에 참여하면서 룰을 익힐 때 드라마는 자막을 사용했다. ’더 에이트 쇼‘의 룰은 그렇게 복잡한 내용의 룰은 아니지만 대사로 듣기만 하면 내용을 놓칠 수도 있고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이런 류의 드라마는 룰을 시청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등장인물들이 극한 상황에 그 룰 안에서 어떤 참신한 생각과 행동을 보여줄까 가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점 중에 하나기 때문이다. <더 에이트 쇼>의 연출진 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자막이나 만화에서 사용되는 연출을 사용하는 등 시청자에게 편리한 기법들을 사용했다.
<더 에이트 쇼>의 룰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시간이었다. 이 쇼에 참가하게 된 참가자들은 모두 분당 일정금액을 상금으로 받는다. 처음에 쇼의 참가 시간은 24시간으로 시작했다. 시간이 다 지나면 쇼는 종료되고 오직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만 쇼의 참가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설정이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나름대로의 사정을 안고 이 쇼에 참여했기에 그들은 최대한 많은 돈을 벌려고 했다. 그래서 쇼의 참가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이들은 다양한 방면으로 고군분투했어야 했다.
여기서 말한 시간을 늘리는 특별한 방법이란 주최 측이 이 쇼를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즉 쇼의 플레이어로서 계속해서 주최 측에게 도파민을 줄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그렇기에 8명의 등장인물은 웃음이나 장기자랑 등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급기야 후반에 이르러서는 선정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시간을 늘려나가야 했다. 주최 측이 더 보고 싶게 만들어라라는 이 설정은 작품 내에서 ‘더 에이트 쇼’를 보고 싶게 만들어라라는 뜻도 있지만 <더 에이트 쇼>를 이 드라마를 보는 우리가 더 보고 싶게 만들라는 뜻으로도 들렸다. 그렇기에 참가자들의 콘텐츠 회의하는 모습은 유튜브나 다른 생방송 플랫폼에서 인터넷 방송인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 연상되었다. 반대로 이 쇼의 주최가 되어 쇼를 시청하는 우리의 모습은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모습과 흡사해 참가자들과 대조되었다.
사실 우리 모두 크리에이터 같은 인터넷 방송인들을 부러워한다. 그 업계에 대해 잘 모르는 우리는 그들은 그저 손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고충이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큰 금액을 얻을 수 있지만 그 수익이 때로는 이들에게 족쇄가 되기도 한다.
자극적인 것 위에 더 자극적인 것. 도파민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이라 금방 불타오르기도 하고 또 금방 식기도 한다. 한번 넘은 도파민의 수위는 다시 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창작자는 보다 더 강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 처음에 소소한 콘텐츠로 시간을 늘리려 한 참가자들이 나중에는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로 시간을 늘리려고 변해간다. 그러다 결국 창작자와 소비자 모두 도파민에 먹혀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이 쇼의 참가자 8인은 콘텐츠의 홍수의 시대에 도파민의 굴레에 먹히지 않으려 고민하는 모든 창작자들의 고뇌를 전달하는 페르소나가 아닐까.
<더 에이트(ate) 쇼 : 쇼를 집어삼킨 도파민_ 더 에이트 쇼 감상문_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