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쥬라기 월드: 역시 공룡이 좋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감상문

by 오윤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세대를 초월해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감동을 주었다. 어린 시절 공룡에 열광했던 아이가 자라서, 이제는 자신의 아이와 함께 다시 그 세계를 즐기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쥬라기 공원> 3부작, <쥬라기 월드> 3부작에 이어 7번째 영화가 올해 개봉했다. 그 이름은 바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과연 이 7번째 이야기는, 어떤 흥미진진한 공룡의 세계를 보여줄까?

7번째 영화로 돌아온 <쥬라기 월드>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이전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며 시리즈를 다시 시작한다. 전작의 이야기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 이제 인류는 공룡과 지구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공룡은 더 이상 신기하거나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어느 날, 한 제약회사가 인류를 구할 신약 개발을 위해 공룡의 혈청을 채취하는 미션을 계획한다.


이 미션에 투입된 인물은 ‘조라(스칼렛 요한슨)’, ‘헨리 박사(조나단 베일리)’, 제약회사 직원 ‘루퍼트 프렌드(마틴 크렙스)’, 그리고 ‘조라’의 옛 동료 ‘던컨(마허샬라 알리)’와 그의 팀. 이들은 육·해·공을 넘나드는 대형 공룡들과 마주하며, 혈청을 얻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영화의 중심을 이룬다.

대형 공룡의 혈청을 얻기 위해 모험하는 조라(스칼렛 요한슨)와 헨리 (조나단 베일리) 박사

아는 맛이 최고,

——강점을 극대화하자

쥬라기 시리즈의 가장 큰 강점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인 공룡을 CG 기술로 생생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섯 편의 실사 영화를 거치며, 이 장점은 점차 새로움과 놀라움이 퇴색되어갔다. 이제 관객은 더 이상 스크린 속 공룡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의 쥬라기 시리즈는, 공룡이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어떤 새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줄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번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육·해·공’ 대형 공룡들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킨다. 시놉시스에서 언급했듯이, 주인공 일행은 공룡 혈청을 구하기 위해 각각의 영역을 대표하는 대형 공룡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바다의 ‘모사사우르스’, 육지의 ‘티타노사우르스’, 하늘의 ‘케찰코아툴루스’를 차례로 만나며, 각 생태 환경에 맞춘 액션과 시각적 연출로 공룡에 익숙해진 관객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쥬라기 시리즈만의 서바이벌적 스릴 요소도 충실히 되살렸다. 초기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려한 CG뿐 아니라, ‘섬에서 하나둘씩 사라지는 인물들’이라는 서바이벌 구조에 있었다. 누가 살아남을까 하는 긴장감은 시리즈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이러한 스릴은 점차 줄어들었고, 특히 전작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에서는 역대 주인공들이 팀을 짜고 함께 움직이면서, ‘누가 죽을까’ 하는 긴장감조차 사라졌다. 이번 작품은 그런 점에서, 시리즈의 핵심 재미를 다시 회복하려는 진지한 시도로 느껴졌다. 제작진이 속편의 과제를 꽤 충실히 수행했다는 인상을 준다.

바다와 암벽 등 다양한 장소에서 등장하는 공룡들

좋은 창작물이란?

——결국은 시각화

최근 나는 창작자의 철학이나 사상을 깊이 있게 다룬, 다층적인 창작물들을 자주 접했다. <진격의 거인>이나 <오징어 게임>처럼 상징과 비유로 가득 찬 작품들은, 숨은 의미를 해석하는 재미와 함께 마치 내가 예술에 능한 지식인이 된 듯한 뿌듯함을 안겨준다. 지적 허영심이 충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해석할 거리’가 많은 작품들만이 과연 좋은 작품일까? 가볍고 단순한 이야기를 가진 콘텐츠는 그보다 덜 가치 있는 걸까?


최근 본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분명 가족 관람층을 겨냥한, 메시지보다는 재미 중심의 작품이었다. 서사 구조는 단순했지만, 그만큼 더 많은 관객에게 열린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결국 창작물도 하나의 상업 콘텐츠다. 누가 볼지, 무엇을 기대할지를 고려해 기획되는 것이고, 이는 오히려 작품을 더 정교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이 두 작품을 통해 나는 매체의 본질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스토리와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전하는 건 소설, 수필, 만화 등 여러 매체가 해낼 수 있다. 반면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시각적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장르다. 그렇기에 반드시 철학적 메시지를 담지 않더라도, 보는 이에게 시각적 즐거움과 몰입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바로 그런 영화였다. 가볍지만 정성스럽고, 단순하지만 세심한 즐거움이 살아 있었다. 그 덕분에 나는 다시 한 번 영화의 본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공룡이 좋다

어린이라면, 특히 남자아이들은 한 번쯤 공룡에 푹 빠지는 시기가 있다. 나 역시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던 시절, 기나긴 공룡 이름들을 줄줄이 외우고 다녔다. 지금은 지구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이 거대한 생명체들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마음을 담아 이어진 영화 시리즈가 바로 <쥬라기 공원>이다.


울음소리도, 움직임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 미지의 생명체를 향해 우리는 왜 이토록 환호하는 걸까?

어쩌면 그건 설명할 수 없는 동심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저 공룡이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토리가 조금 부족해도 괜찮다. 영화가 시각적인 매체라면, 볼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의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

.

.

.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_쥬라기 월드: 역시 공룡이 좋다_3.0_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감상문>


keyword
작가의 이전글케이팝 입문 헌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