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두 순간이 함께 달릴 때

F1 더 무비 감상문

by 오윤

도로 위의 탑건’, ‘남자들의 땀내 나는 영화’ 등 <F1 더 무비>를 수식하는 말들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F1 레이싱을 소재로 삼았지만, ‘브래드 피트’라는 대스타 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이 영화, 과연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


<F1 더 무비>의 시놉시스는 단순하다.

각종 레이싱 대회를 전전하며 용병 드라이버로 활동하던 베테랑 레이서 ‘소니’(브래드 피트)는, 옛 동료이자 현재 F1 팀 구단주인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에게서 복귀 제안을 받는다. 그의 목표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 APX를 정상으로 이끄는 것.

소니는 팀의 에이스이자 촉망받는 루키 ‘조슈아’(댐슨 이드리스)와 만나, 처음에는 부딪히지만 점차 서로를 신뢰하며 한 팀으로 트랙에 오른다.

용병 드라이버로 활동하는 ‘소니(브래드 피트)와 그를 영입하려는 ’루벤(하비에르 바르뎀)‘

스크린 위의

——속도와 낭만

비교적 단순하고 익숙한 플롯을 지녔지만, <F1 더 무비>는 의외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이유는 바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활용에 있다. 요즘 영화관의 위상은 예전과는 다르다. OTT 서비스의 확산,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그리고 영화 티켓 가격 인상까지 겹치며 영화관은 점점 ‘특별한 경험을 위한 장소’가 되었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들을 두 부류로 나누게 되었다.

‘극장에서 봐야 할 영화’와
‘집에서 봐도 괜찮은 영화’.


그리고 많은 작품들이 그 경계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F1 더 무비>는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아주 명확하게 구현해냈다.

실제 F1 경기를 연상케하는 질주 장면

시각과 청각을

——극대화한 레이싱 체험

영화관의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한 스크린과 입체적인 사운드다. 집에서 아무리 좋은 화면과 오디오를 갖췄다 해도, 영화관이 주는 ‘몰입의 밀도’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 <F1 더 무비>는 이런 영화관의 물리적 장점을 완벽히 활용한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F1 경주가 핵심 소재이며, 제작진은 관객이 마치 직접 경기장에 참여한 듯한 경험을 느끼도록 연출을 구성했다. 실제 F1 경주 차량 수십 대를 섭외하고, 수백 대의 카메라를 차량에 부착해 생생한 주행 장면을 포착했다.


또한 음악감독 ‘한스 짐머’의 참여는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고속 질주 장면에 맞춰 울려 퍼지는 중저음과 떨리는 엔진음은 단순한 ‘사운드’가 아니라 신체로 느껴지는 진동에 가까웠다. F1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영화의 박진감 앞에서는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잘 찍은 레이싱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시청자의 감각에 직접 작용하는 몰입형 시각 체험으로 설계된 전략의 승리다.

자주 충돌하는 루키 조슈아와 베테랑 소니

낭만의 두 순간이

———함께 달릴 때

감독은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다. 그는 이번에도 ‘낭만’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소니’는 한때 F1의 유망주였지만, 불의의 사고로 무대를 떠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운전을 사랑했고, 다양한 레이싱 대회를 거쳐 결국 택시 운전까지 하며 삶을 이어왔다. 반면 ‘조슈아’는 패기 넘치는 루키 드라이버로, ‘소니’와 팀을 이뤄 경기에 나선다.


베테랑과 루키의 조합은 이미 익숙한 구도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대비’가 아니라 ‘동시성’이다. ‘조슈아’는 낭만이 가장 빛나는 시기에 있는 인물이다. 패기와 열정만으로 꿈을 좇지만, 그 순간의 가치를 온전히 깨닫기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반대로 ‘소니’는 세월의 풍파 속에서 현실의 무게를 알고, 그럼에도 다시 낭만을 좇는 법을 아는 인물이다. 이 둘이 함께 달린다는 건, 낭만의 가장 빛나는 두 순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감독은 이 조합을 통해 그 심미성을 극대화하고자 한 듯하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음의 순간과, 그 꿈이 얼마나 값진지 알아보는 황혼기의 시선을 동시에 보여주며, 영화는 속도와 감정 모두에서 관객을 사로잡게 된다.

오랜 시간 동안 자동차는 많은 남자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기계, 매끈한 디자인, 그리고 압도적인 속도와 엔진 사운드는 남자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자동차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사실 나는 자동차에 그리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F1 더 무비>를 통해 왜 자동차가 오랫동안 남자아이들에게 사랑받아 왔는지 새삼 깨달았다. 덕분에 오랜만에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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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_ 낭만의 두 순간이 함께 달릴 때_4.5_ F1 더 무비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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