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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어느 날

1-1. 엄마에게 병이 찾아왔다.

by 오작가

2010년 6월의 어느 날이었다.

오래전이지만 정확히 기억한다. 그때 나는 출산휴가 중이었기 때문이다. 큰 아이를 임신했을 때 조금 일찍 들어갔던 출산 휴가. 만삭의 몸인 데다 출근도 안 하니 자주 엄마 집을 들락거리곤 했다.


그 날은 참 맑고 따뜻한 봄날이었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딘가에 가고 있었다. 그 길은 차가 별로 없는 길이다. 신호에 걸리지도 않았고, 앞뒤에 차가 있지도 않았다. 갑자기 엄마가 가다가 서서히 섰다. 그러다 가고, 섰다가 다시 천천히 갔다.


“엄마 운전을 왜 이렇게 해?”

“응? 내가 그랬나...”


그렇게 그 길을 지나갔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몰랐지만 나는 왠지 그날의 그 길과 그 햇살, 그 밝았던 시간이 기억난다.




또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엄마 차를 타고 엄마 친구 집에 가는 길이었다. 아파트 입구쯤 와서 엄마가 혼잣말처럼 물었다.


“걔네 집을 어떻게 가지?”

엄마가 자주 만나는 친한 친구 집인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이가 없었다.

“엄마,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엄마가 알지! 왜 그래?”

나는 또 엄마에게 쏘아붙였다.




장맛비가 쏟아지던 6월의 마지막 날, 나는 사랑스러운 아들을 낳았다. 모든 건 잊혔다. 1년간의 육아휴직기간 동안 나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바쁘게 지냈다. 낮에는 아이를 돌보고 저녁엔 야간 대학원을 다녔다. 요리를 너무나 좋아했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야간대학원뿐이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도전한 야간 대학원이었는데, 입학을 하자마자 임신을 했다. 임신한 채로 전통음식을 공부하고, 실습하며 다녔던 대학원이었다. 2달간의 여름방학 후에 나는 휴학을 하지 않고 졸업 때까지 대학원을 다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꿈을 향해 나는 지독히도 열심히 살고 있었다. 분명히 언젠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는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엄마는 보통의 친정엄마가 그렇듯 자주 와서 같이 밥도 해 먹고, 아이도 돌봐주었다. 게다가 그 해 여름에는 엄마와 친자매처럼 지냈던 독일 고모할머니(엄마의 고모이신데 한 살 차이로 함께 자라다가 오래전 간호사로 독일에 가서 지금까지 살고 계신다)가 오셔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그렇게 아이의 돌잔치를 하고 나는 다시 복직을 했다. 엄마에게 아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엄마가 나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에게 나의 힘든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낳을 때에도 남편이 옆에 있었고 엄마는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나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지내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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