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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Apr 07. 2022

아깽이들을 보러 가다

태어난지 한 달 정도 되던 날, 아기 고양이를 보러 갔다. 우리 모두 기대하면서 들떠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성격 좋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빠 고양이가 마중을 나왔다. 아빠 고양이는 쉴새없이 야옹 거리면서 우리에게 부비며 인사를 했다. 엄마 고양이는 멀찌감치서 지켜보다가 간식을 들었더니 얼른 와서 찹찹 먹었다. 엄마 아빠 고양이가 성격이 좋아 지인들이 키우는 형제 자매 고양이들이 다들 순하고 착하다고 했다.     

 

고양이를 보러 가기 전에 형님이 물어보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양이가 너무 어려서 암컷인지 수컷인지, 귀가 펴진 건지 접혀 있는지 그런 것들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어떻게 생긴 고양이를 원해?”

“음, 저희는요, 귀가 펴져 있고요, 색이 너무 하얀 것보단 약간 베이지색이 좋아요. 남자애였으면 좋겠구요.”

“피노인데?”

“그러게요.. 우리는 피노가 정말 좋은가봐요.”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갈팡질팡 고양이를 키워야할지 말아야할지 결론이 전혀 나있지 않은데 형님은 같이 키웠으면 하시는 것 같았다. 형님이 고양이에게 관심이 생겼을 때 지인이 엄청 좋아하면서 이것저것 알려줬다고 했는데 그 기분을 알겠다며.      




엄마 아빠 고양이와 충분히 인사를 하고 나서야 구석에 있는 아깽이들에게 다가갔다. 귀엽고 꼬물꼬물한 아기고양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고양이들이 벌써 밥도 먹고, 엄마 젖도 먹고, 모래에 쉬야도 했다. 자기들끼리 뒹굴거리면서 장난도 치고 캣타워에 매달려서 올라가기도 했다. 가구 밑으로 기어 들어가기도 했고 숨숨집 위에 스크래쳐에서 놀기도 했다. 어찌나 귀엽던지.      


다섯 마리 중 귀가 펴진 아이는 한 마리였다. 마침 색도 진한 편이었고, 남자아이라고 했다. 오! 우리가 원한 조건에 딱 맞잖아!!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아이가 내게 걸어와서 내 발냄새를 맡았다. 큰 아이에게도 가서 냄새를 맡았다. 그때부터 우리에겐 그 아이가 눈에 확 들어왔다. 자세히 아이들을 살펴보니 성격도 다 달라보였다. 어떤 아이는 들어 올렸더니 앙칼지게 소리를 질렀고, 어떤 아이는 들어 올려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떤 아이는 무릎에 눕혀 놓았는데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며 누워있었다. 아가들이 벌써 성격이 다 있구나 싶었다.      

우리가 원하는 귀가 펴진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몸집이 약간 작았지만 밥도 잘 먹고 건강하다고 했다. 남편은 털이 하얀 아이가 예쁘다고 했는데, 그 아이는 정말 예쁘게 생겼다. 다른 애들은 뭔가 완성형 얼굴처럼 생겼는데 귀펴진 애는 약간 쭈굴미가 있었다. 혼자 벽에 붙어 있기도 하고, 다른 애 얼굴을 몇 대 때렸다가 아주 대차게 얻어맞고 억울한 얼굴로 서있기도 했다. 예쁘게 생긴 다른 아이들 말고 왜 우리는 쭈굴한 이 아이에게 마음이 가는 걸까. 나랑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그럴까.     


잠시 보러 갔다고 생각했는데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기고양이들은 정말 귀여웠다. 무엇보다 엄마고양이와 함께 있는 모습이 참 좋았다. 아가들은 젖을 먹다가 엄마 품에서 잠들었다. 숨숨집 밖에서 둘,셋씩 짝지어 서로 장난을 치며 뒹굴고 놀았다. 이렇게 어릴 때 형제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 동안 아기들의 사회성이 길러진다고 했다. 서로 깨물고 뒹굴고 때리는 장난을 치면서 관계를 익혀가나보다. 사람하고 다를 게 없다. 최대한 충분히 어미와의 시간을 갖고 나서 데려오는 것이 건강에도, 사회성 측면에서도 좋다고 한다.     


문득 예전에 지나가면서 펫샵에서 봤던 유리장 안의 아기 고양이, 강아지가 생각났다. 그땐 너무 예쁘다며 구경을 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어떤 아이들은 사람에게 발버둥치듯 다가오려고 하고 어떤 아이들은 무심하게 자고 있었다. 가장 사랑받아야할 아기 때, 귀엽고 예쁘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어미와 떨어져 작은 상자에서 지내야하는 아가들. 어미 젖을 못 먹고 홀로 지낸 아이들은 질병에 노출될 확률도 높고 사회성이 떨어져 가정에서 적응을 잘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얼마나 무섭고 불안할까. 그렇게 아가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 아이들은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우리가 들여다보려고 아기 고양이를 들어 올렸을 때 야옹야옹 울면 어미 고양이가 왜~ 하듯 야옹 하고 우릴 쳐다본다. 살뜰히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형제들과 즐겁게 노는 이 평화로운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집 아이들이 편안한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평화롭게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 아닐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제 가자고 일어서서 나왔다. 하도 바닥에서 아기들을 보느라 어깨가 뻐근했다. 아빠고양이와 엄마고양이가 문앞까지 나와 배웅해주었다. 그 길로 우리는 형님 댁으로 놀러갔다. 피노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는데, 뭔가 평소와 다르다. 연신 냄새를 맡다가 멀찍이 떨어져 앉아 쳐다보고 있다. 아기들을 얼마나 많이 만지고 왔는데 냄새가 나겠지. 우리가 느끼지 못 하는 냄새를 맡는 고양이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키워도 되고 안 키워도 된다던 아이들은 입을 모아 소리쳤다.

“엄마! 아깽이들 중에 꼭 쭈구리 데려오자! 엄마 나 정말 키우고 싶어!!!”

“그냥 구경하러 간 거... 아니었어?”

“안 키울 거면 왜 보여줘? 그럴 거면 보여주지 말았어야지!!!”

“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 근데 보고 예쁘다고 덥썩 키우고 그러면 안돼. 15년도 넘게 진짜 잘 키울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하는 거야.”     




말로는 쉽게 15년, 20년 이렇게 말하지만 아직 15년도 살아보지 않은 아이들이 그 시간의 무게를 알까. 15년전 너희가 없던 세상은 완전히 달랐는데, 지금은 너희가 없는 세상을 상상도 할 수 없다. 요즘은 불과 3년 전 사진만 봐도 너무 많은 게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3년전 아이들은 너무나 어리다. 아기 같았던 아이들이 쑥 컸다. 3년전 엄마는 대화도 조금 나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불가능하다. 


시간은 느린듯 빠르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 달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내리기도 어렵다. 정의내릴 필요가 있을까.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의 나로 살아가면 되는 것을. 미래의 삶은 미래의 내가 살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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