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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May 18. 2022

고양이 이름짓기

이름을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래   아이들의 이름을 짓는 것도  어려웠다. 어떤 이들은 색다른 이름을 잘도 짓던데. 혹은 먼저 아이 이름을 정해두고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이름을 불러주는 경우도 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이의 평생을 걸쳐 불러줄 이름을 짓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웠다. 이름에 따라 사람의 분위기도 다르게 느껴지지 않던가.




우리 아이들 이름은 아버님께서 아시는 작명소에서 받아온 이름 중 선택을 했다. 요즘 유행하는 이름을 지어주는 곳이 아니었는지, 이름들이 살짝 올드하긴 했다. 어찌보면 나 때 유행했던 이름들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을 어렵게 선택했다. 솔직히 너무 유행타는 이름보단 올드한 이름이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수많은 선택지 안에 놓이는 것보다 오히려 아버님이 몇 가지 이름을 주신 것이 도움이 되었다.  

   

고양이 이름을 작명소에 가서 지을 수도 없고, 우리는 머리를 모으기로 했다. 각자 생각나는 이름을 종이에 적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40~50개를 쭉쭉 적었다. 예쁜 이름도 있었고, 어이없는 이름도 있었다. 깔깔거리며 이름을 읽는 시간마저 즐거웠다. 고양이 이름으로 많이 짓는 베스트10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너무 평범한 이름은 싫었다. 둘째가 좋아했던 마녀고양이 ‘키키’도 딸과 나는 좋았지만 아들이 극구 반대했다. 만화에 나온 ‘키키’를 봐서 그런지 키키는 왠지 까만색이나 약간 개성이 강해보이는 고양이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우리는 결정을 하지 못 한 채 며칠이 지나보냈다.      


남편은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마음에 와닿는 이름이 없다면서. 그러던 어느날 저녁, 남편이 집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가 바닥에 놓여있는 루미큐브 박스를 보더니 말했다.      


“루미는 어때? 루미큐브에서 루미.”

“오 괜찮은데?”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서 우리 고양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우리는 루미라는 이름이 좋았는데, 고양이를 만나기 전날 할아버지를 만난 둘째가 말했다.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가 루미는 발음이 어렵다고 하셨어.”

“그래? 발음이 어려운가?”“루미가 어려워서 누미 이렇게 부르게 된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우리 다른 이름을 더 생각해볼까?”     


루미를 만나기 전날 저녁 우리는 고민에 휩싸였다.      


“다른 이름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잘 모르겠어.. 그냥 키키 할까? 키키는 발음은 쉬운데.”

“아니야! 키키는 절대 싫어!!”     


더 이상 생각도 안 나고, 우리끼리 마음에 들었으니 그냥 루미라고 부르기로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누미라고 부르셔도 상관없다. 루미든 누미든 무슨 상관이야. 사랑해주실텐데.


이름을 정하고 보니 연한 베이지색 털을 가진 고양이인 우리 루미와 참 잘 어울렸다. 루미큐브에서 따온 이름이었지만 영어 room과 연결된 단어로 roomy를 생각해보니 아주 편안한 이름이다. 부드럽고 사람을 좋아하는 루미의 성격과도 잘 어울렸다. 부르면 부를수록 쉽고 부르기 좋은 이름이다.

우리는 루미와 정말 아름답고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문득 네이버에 ‘루미’를 쳐봤다. 처음 보는 단어가 나왔다.     


rheumy
눈곱이 많이 끼는


이걸 보고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루미는 태어날 때부터 눈물이 많이 나는 아이였다. 엄마 고양이도 눈물이 좀 많이 나는 편이라고 들었다. 고양이는 눈물이 나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털도 갈색으로 변색이 된다. 갈색 눈꼽은 정상적이며 오히려 질병이 있는 경우 다른 색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처음에는 세정제를 사서 닦아주곤 했는데 병원에 갔더니 그냥 두라고 하셨다. 크면서 나아질 수 있고 고양이는 괜히 건드리다가 더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며 눈꼽만 떼어주는 정도만 도와주면 된다고 하셨다. 갈색 눈꼽이 털에 붙으면 떼어내기가 쉽지 않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대충 놔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루미는 눈꼽을 달고 있을 때가 많다.




“집에만 있는데 눈꼽 좀 있으면 어때. 눈꼽 있어도 예쁘기만 하구만.”     


집사는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그렇다고 네 이름의 의미가 ‘눈꼽이 많이 끼는’ 일 줄은 미처 몰랐다. rhueumy 말고 roomy 하자. 귀여운 루미 고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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