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보여. 너의 삶이.
나는 5개월 반 정도 된 암컷 고양이를 키운다. 동물은 처음 키워본다. 형님 지인의 부모 고양이가 낳은 아기인 덕분에 아이가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쭈욱 봐왔다. 처음엔 우리의 아기가 그렇듯, 너무 작고 약했다. 한손으로 들면 될 정도로.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듯 때로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큰 어려운 일 없이 우린 한 가족이 되어 잘 지내고 있다.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의 신분이지만 고양이는 일반적인 돌봄의 형태보단 함께 사는 동거의 느낌이 강하다. 공간을 공유하며 삶을 함께 동행하는 관계랄까. 물론 우리가 밥도 주고 화장실 모래도 갈아주는 수고를 해주긴 한다. 아이가 들어가면 안 되는 곳도 막아놓고 청소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혼자 알아서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집에 오는 그 날부터 화장실도 가리고, 먹이도 스스로 먹는다. 잘 때가 되면 자고, 놀아주면 논다. 근데 혼자서도 잘 논다. 시간날 때마다 그루밍을 하고, 스크래치를 해서 손톱을 다듬는다. 물론 손톱은 종종 깎아줘야 하긴 한다.
멍때리며 창밖을 바라보는 고양이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처럼 살 수 있다면 삶이 좀더 평안하지 않을까. 물론 집고양이. 미안하다 바깥고양이들.. 내가 이 세상 고양이를 다 책임질 수는 없으니까. 일단 태어난 우리집 고양이를 잘 돌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때로 우다다거리긴 하지만 언제나 품위를 잃지 않는 고양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들어 쳐다보는 귀여움. 거리를 잘못 계산해 뛰어오르다 박치기를 하는 어이없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거만한 고양이. 더위에 늘어져 누워있는 아이를 보면서 내 마음을 적어볼까 한다.
‘고양이처럼 살 수 있다면’이
‘고양이처럼 살아보자’가 되고
‘고양이처럼 살았다’로 끝나는 삶이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