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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Aug 01. 2018

다문화가정의 국가

다문화가정인게 뭐 어때서

올 초부터 중국계 결혼이주여성의 자녀들에게 엄마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음악교육을 하고 있다. 나나 아이들이나 중국어가 완벽하지는 않으니, 가급적 언어보다는 중국어동요를 부르며 노랫말에서 가사를 익히고 단어, 문장을 익히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다문화아동 특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 및, 해당 가정의 경제적 수준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서울 방방곡곡의 초등학교를 다니며 반에 1-2명씩 지원금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보긴 했으나, 이번처럼 전원이 정부지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정부지원으로 받는 교육 지원 외에는 접할 수가 없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바탕이 없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이고, 혹은 비용 문제가 아니더라도 부모 역시 유치원 경험이 없었던 사람이라 '그게 꼭 필요해?'라고 생각하여 안 보낸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그 부모가 내 나이 또래인데 왜 유치원 경험이 없는지 썰을 풀기 시작하면 너무 또 양이 많....)


아이들은 총 15명이며, 연령대는 6~8세이다. 어릴 때에는 같은 동갑내기여도 3월생과 10월생의 차이가 큰데. 심지어 6세와 8세를 한 교실에 놓고 수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도 정부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이 정도도 감지덕지하는 상황인 것 같다. 여러모로 열악하고 또 열악하다. 일반아동 수업할 때와 다를 바 없이 이 아이들에게도 많은 사랑과 정성을 주고 싶지만, 수업의 눈높이를 6세에서 8세까지 동시에 골고루 다 맞춰주어야하니 늘 냉온탕을 번갈아가며 뛰어다니다가 수업을 마치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한학기가 지나면서보니, 아이들은 서로가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점, 부모의 직업, 경제적 수준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모종의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학교에선 소외되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공개수업 등에 부모가 올 때마다 남들과 다름을 느끼며 조금씩 불편함이 있었지만, 여기에선 그런게 없다(고 고학년 아이가 말했다). 6-8세 아이들도 이러한 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따라와주었고, 한 학기만에 눈부신 성장속도를 보이는 아이도 더러 있었다. 글을 읽기 시작하고, 더러는 쓸 줄도 알게 되고, 덩달아 학업성취도나 자기효능감도 같이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문제는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어른들의 방향성이다. 


얼마 전 한학기를 마치는 의미에서 방학식을 하였는데, 학부모와 자녀들을 다 모아놓은 자리에서 제일 먼저 한 것이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이었다. 부모가 둘 다 한국인이며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 한국에서 살았던 나는 굳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아도 (어쩔수 없이) 한국인이다. 한국인 따위, 국적이 뭐라고, 라고 한들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다.

 

한편, 이 사람들은 호적상으로 한국인이 아니기도 하고, 설사 호적상 한국인이어도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며,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에게 애국가를 부르게 하고 국민의례를 하도록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다른 담당자들에게 이야기했는데, 다들 '이들을 한국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왜 나쁜것이냐'고 도리어 반문하더라. "이들은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어한다"며 말이다. 정말 그럴까? 


다문화가정에 무조건적으로 애국가나 국민의례, 김치 만들기와 같이 이질적인 문화를 주입시킬 것이 아니라(이질적인 공간에서 이질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살기에도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그들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도 타국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이 중국인임을 숨기고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어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한국에 사는 중국인임을, 자신의 자녀가 다문화자녀임을 창피해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문화아동들에게도 '넌 한국인이야. 피가 섞였지만(?) 한국인이야'라고 하는 것보다, 자신의 부모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의 언어 혹은 문화예술을 접해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다.


다문화가족지원사업은 다 한 마음일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구나. 이 안에서도 풀어가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우선 다음학기 식순에서는 애국가와 국민의례라도 어떻게 좀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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