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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Dec 17. 2019

임신일기 prologue

예비엄마가 되는 순간

둘만 있어도 행복한 우리이지만, 올 가을부터는 행복한 우리에게 아이가 찾아오면 더 행복하겠지? 하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스위스여행 때부터였다. 우리는 이게 마치 한동안의 (둘이서만 보내는) 마지막 여행이 될 거라며 놀았고, 그 이후로 더 이상 피임을 하지 않았다.     


피임을 하지 않으면 애가 뚝딱 생기는 줄 알았다. 나름 계획한 김에 뚝딱 생겼으면 좋겠다며, 배란테스트기로 배란일도 맞춰보고 정자테스트기로 (집에서 하면 약식에 불과하다지만) 검사도 해보았다.  9월, 10월 두 달간 증상놀이란 증상놀이는 다 검색해보고 임신한 몸처럼 행동하고 다녔다. 그러다보니 이미 웬만한 임신 전조증상에 대해서 머리로는 마스터했는데, 막상 몸으로는 좀럼 신호가 오지 않았다. 당연히 임신을 확신했는데 생리가 터졌을 때의 당혹감이란.     


잠시 그러다가 주춤... 11월에는 너무 바빴다. 나 혼자서 몇 개의 축제를 기획하고 사회도 보고 밤샘회의에 케이터링을 손수 나르고 비바람에 운전을 하고, 저녁식사를 제대로 한 날이 손에 꼽았다. 임신을 계획하지 못한 달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임신이 되었다! 정말 인생이란 계획처럼 되지 않구나...     


증상은 이러했다.


11월 27일 수요일. 김밥 먹은 것이 체했는지 폭풍 설사. 겨울마다 종종 김밥 먹고 식중독에 걸렸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런가보다 했다.

11월 28일 목요일. 폭풍설사 이후여서 그런지 배에 가스가 너무 참. 짝꿍에게 배를 눌러달라고 했지만 가스가 완전히 빠지지는 않음. 기아처럼 배가 부풀어오름 T-T

11월 29일 금요일. 계속 되는 더부룩함과 복부팽만감에, 불현 듯 임신테스트기를 해봄. 두줄이 선명하게 나옴     

이제 와서 보면 저게 임신 4주차 증상이었다.     


가끔 웬 멍청한 기사에서 (기사라고 치고 싶지도 않다. 그 기자들은 틀린 정보를 쓰면서 창피하지도 않은가?) 임신 1주차 증상 어쩌구 써놓은게 있는데, 다 말이 안 되는 것들이다.     


임신 1주차 증상은 생리를 하는 것이다. 임신 2주차 증상은 배란을 하는 것이고,


나도 처음엔 이 계산이 이해가 안 되었는데, 통상 임신 1일차를 ‘최종 생리 시작한날’로 치기 때문에 임신 1주차 증상은 생리중이라고 보면 된단다. (앞으로 기사에서 이걸 모르고 써놓은 것 같다 싶으면 믿고 거르시길...)


예민한 사람들은 임신 3주차에 증상을 느낄수도 있고, 그래서 요즘엔 3주차 즈음에도 검사할 수 있는 일명 '얼리'임신테스트기가 있다. 하지만 나는 3주차 착상 정도에도 반응할만한 예민체질이 아니었고 그 시기에 정말 미친듯이 바빴어서ㅠ 4주차에 몸이 '나 좀 봐죠요!!' 하고 소리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바야흐로 6주차 중반에 접어들었다. 한창 송년회 달릴 12월인데 약속을 족족 취소하고 있으니 다들 '술 좋아하는 오디가 무슨 일이야?' 싶어할 것 같아서 말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보통 주위에는 안정기가 된 12주 이후에나 알린다고들 하여, 아직 말은 못하고 브런치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하는 중이다.


여하튼. 지금은 술을 생각만 해도 울렁거린다. 입덧이라는 무시무시한 지옥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정말 상상도 못할 지옥을 맛보고 있다. 따흐


이렇게, 예비 엄마 신고식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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