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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Dec 17. 2019

임신일기 (feat. 입덧지옥)

임신이 얼마나 힘든지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나요

임신 6주 4일차..


지금 나는

1. 4일째 거의 제대로 못 먹고 있고

2. 4일째 밖에 안 나가고 있고

3. 4일동안 샤워 1번 겨우 했다.     


하고 많은 입덧 중에서, 왜 하필 무시무시한 토덧(토하는 입덧)이 나에게 온 것이냐ㅠ     


보통 6주차에 입덧이 시작해서 12주, 길면 16주까지 지속된다는데, 이런 것에서 난 좀 예외가 되었으면 했으나 정확히 6주 1일차부터 변기통과 한 몸이 되기 시작했다.  지난 토요일에는 너무 힘들어서 병원에서 약도 처방받았다. 약을 안 먹는게 최선이지만, 내가 살아야 아기도 살지 싶어서 나부터 살고자 약을 먹었다. 조금은 나아졌으나 완치는 되지 않았다.      


아픔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수면이다. 그렇지만 이제 잠도 너무 많이 자서 더 이상 잠이 잘 안 온다. 넷플스에서 드라마 정주행도 하려고 했으나, 드라마에서 먹는 장면을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 어제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내가 좋아하는 대만 요리가 나왔는데 보는 순간 또 울렁거렸다.      


블로그와 맘카페를 뒤져가며 온갖 입덧에 효과 보았다는 민간요법을 찾아냈다. 비스킷, 레몬사탕, 바나나 등등. 짝꿍에게 양손 가득 사오라고 주문했으나, 결국 한 입밖에 못 먹었다.  너무 못 먹으니, 온갖 살에 촉각이 곤두섰는지 짝꿍이 조금만 다독여도 엄청 아팠다. 냄새에 예민해져서, 오늘 아침에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또 바로 화장실 변기통에 우웩우웩. 먹은 게 없는데 토하는 거 정말 힘들다.  태아에게 좋은 엽산, 견과류 같은건 아예 입에 댈 수도 없다. 물도 겨우 마시는데 말이다. 지금은 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러다보니 어제는 나쁜 생각도 했다. ‘이제 더 힘든 일만 남았고, 더 더 힘든 일만 남았다. 아이를 가지는 것도 힘들지만, 키우는 건 이것보다 더 힘들겠지. 아이가 밖에서 다치거나 안 좋은 일을 겪으면 내 억장이 얼마나 무너질까. 아이가 울면...  앞으로 닥칠 힘들 일을 생각하면, 애 없이 사는 게 더 행복한 것 같다. 이제라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입덧 중에 자살기도를 했다는 사람의 글도 보았는데 이해가 되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왜 이렇게 못생겨졌는지. 온갖 살의 감각이 예민해져서 세수하는 것도 힘들다.      


시간이 약이라는데, 시간은 왜이렇게 안 가는지. 제발 시간아 빨리 지나가주오. 어서 임신 출산 다 지나가고 태어난지 100일째 되는 아이를 내 눈앞에 대령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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