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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Dec 26. 2019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 미워하기

고통은 매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지난 주에 쓰린 위를 쓰다듬으며 방구석에 쪼그려서 글을 끄적인 지 불과 한 주밖에 안 지났단 말인가ㅠ 그 사이에 수액도 2번이나 맞았고 입덧약도 하루 최대복용량 4알을 거르지 않고 먹었다. 그런데 왜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엽산을 안 챙겨먹은지 오래 되었다. 내 몸 속에 있다는 어떤 물질 때문에 내 구역질을 감내하면서 역겨운 엽산을 삼킬 자신도 없고, 그럴만한 기분도 나지 않는다. 내 입덧을 가라앉히는 입덧약이 지금 나에겐 유일한 생명줄이다.


이게 우울증인가..? 

어제 짝꿍이 나에게 말했다. 내가 웃는 모습을 못 본지 엄청 오래된것 같다고. 나도 그렇다. 최근에 언제 웃었나? 재미있는 걸 봐도 재미가 없다. 예전엔 참한 짝꿍이 조금만 엉뚱한 짓을 해도 웃겼는데, 그런 모습에도 웃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서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임신 관련한 어플을 폰에 다운로드 받은 것이었다. 출산예정일을 입력하고 나니, "오늘은 임신 *주 *일차입니다" 가 자동계산되었다.


병원에서는 12주차가 지나면 입덧이 조금 가라앉을거라는 희망(?)을 주었다. 아니 무슨, 12일이 지나면이 아니고 12주차가 지나면이라니! 난 지금 12일도 못 참겠다.


매일 어플을 보면서 날짜를 확인하지만... 날짜가 참 안 간다. 하루에 넷플릭스 10여시간을 정주행하면서 입덧약에 반쯤 몽롱해하며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24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아까는 물컹, 하혈하는 느낌이 났는데 괜시리 화장실에 바로 안 가고 2시간을 버텼다. 하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결국 하혈은 아니고 그냥 임신 중의 분비물 증상 중 하나였다.


에라 모르겠다. 넷플릭스 보다가 잠이나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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