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짓는다는 상상,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지 않을까?
어린 시절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보니 디즈니에서 단편 애니매이션으로도 만들었다.)
아기돼지 삼형제는 엄마 품에서 독립하여 바깥세상에 나와 각자의 집을 짓기로 한다.
첫째는 짚더미로, 둘째는 나무로, 그리고 셋째는 가장 튼튼한 벽돌로 집을 지었다.
어느날 아기돼지를 노리는 늑대가 찾아오고 튼튼하게 짓지 않은 첫째, 둘째의 집은 늑대의 입김 한번에 무너져버리고 만다.
한편 벽돌로 지어진 셋째 돼지의 집은 늑대가 아무리 입김을 불거나 몸으로 부딪혀 봐도 부서버릴 수 없었다. 집념의 늑대가 굴뚝을 통해 집으로 들어오려고 하자 셋째 돼지가 준비해 놓은 끓는 물에 빠진 후 멀리멀리 줄행랑을 치게 되고, 그 뒤 돼지 삼형제가 서로 도우면서 벽돌집에서 같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산다.
흠, 오랜만에 다시 이야기를 들여다 보니 튼튼한 집짓기 뿐만 아니라 부모로부터의 독립 및 코하우징(Cooperative Housing) 혹은 쉐어하우스까지 #어른이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숨은 이야기가 많...네? 역시 동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스토리만 가득한 것이 아니었어.
동화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모르기 쉽지 않은 남진 씨의 '님과 함께'에서도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 년 살고 싶다'하지 않았는가?
주거공간은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적이고 물리적인 실체 중에 사람들에게 가장 큰 안정감을 주는 요소이다. 그렇다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내 집에 대한 로망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꼭 내 집을 지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내 몸 하나 뉘일 공간, 내 명의의 집 마련 정도는 다들 꿈꾸고 있으니. 그 원인으로 부동산/금전적인 가치를 최상으로 뽑는 사람도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집'은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재'라고 여기는 듯 하다.
이제 그 필수재에 대한 로망을 하나 둘 풀어가보자. 필자는 어린시절 부터 집을 그리면 꼭 단독 주택의 모양으로 그려두었다. 이리저리 남아있는 그림들을 살펴보면 지붕은 삼각형 혹은 사다리꼴에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2층의 형태에 창문이 많이 나있다. (창문 가격이 그리 비싼지 그 시절엔 몰랐겠지... 암...) 요즘 어린 아이들도 비슷할까 싶어 구글링을 해보니 내 어릴적과 큰 차이는 없는듯하다.
기본 단독주택의 틀 하에서 어린아이의 상상력이 발휘된 적도 종종 있었다. 지붕의 형태가 버섯모양이라던지, 라푼젤이 살 것 같은 고성이라던지.... 하지만 그 중에 절대 없는 형태가 있었으니 바로 #아파트 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그래서 내 주변 2-30대 수도권 거주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나요?
그런데 슬프게도 하나같이 들려오는 답은 XX평수의 서울시내, 그게 힘들다면 수도권 내 아파트이다. 하나같이 답이 천편일률적이다. 그나마도 현실적인 제약조건 때문에 꿈만 꾸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나는 다시 되묻는다. 아니 나의 질문은 그것이 아니다. 금전적인 문제나 현실적인 통근 등을 배제하고, 구매하고 싶은 집이 아니라 '살고 싶은' 집이 어떻게 되냐고. 이렇게 되물으면 다시 답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I. 역시 아파트지. 거주하게 제일 편한 형태이고 부동산적으로 값이 떨어진 적도 없으니 안전 자산이기도 하니까. 사실 아파트 외의 거주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도 해서 다른 방식은? 모르겠다.
II. 살고 싶은 공간을 생각한다면... 마당이 있는 주택이긴 하지. 다들 자연을 곁에 두고 싶은 로망은 있지 않아? 아파트에 살면 층간소음 및 위,아래집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아서 스트레스 받기도 하고.
*아 혹시 몰라 미리 밝혀두지만 이 설문조사(?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는 표본집단이 상당히 지엽적이기 떄문에 한국인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다. 다만 내가 가장 영향을 받는 (나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주변 사람들의 의견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꿈꾼다. 단독 주택에서 우리 가족이 오롯히 눈치 보지 않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인생의 대다수를 아파트에서 살고 있지만 나의 드림하우스는 아파트에 있지 않다. 왜일까? 왜 항상 집 하면 어린시절부터 단독 주택의 모양을 떠올렸을까? 왜 나는 여전히 로망 하우스를 그리면서 아파트를 생각하진 않았을까? 서양의 문화가 녹아든 동화책이나 만화영화 컨텐츠가 대다수여서 집에 대한 이상향이 고정되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나의 근 30년간의 주거 경험들의 영향으로?
이를 위해 나의 주거 경험치를 정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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