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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현 May 24. 2018

사모곡

[사모곡]


시간의 선이 강렬하게 그어진 날

냉기 도는 하얀 공간에 첨벙 발 담그고

영안실 냉동고문 열어젖히니

초조한 동공은 금방 얼어붙었다


육남매를 세상에 생명으로 보낼 때

긴 고통의 산고가 시침으로 툭툭 이어진 채

차가운 세월만 기워져 힘없이 누웠는데

어루만져보는 손끝에 가슴팍이 메말랐다


따뜻한 어미의 가슴이 그리워, 그리워

앙상한 뼈만 남은 어깨를 지나서

뜨기 싫어 감아버린 눈을 지나 볼에서

숨어 흐느낀 메마른 눈물의 강이 보인다.


후회의 눈물 꽃 한 다발씩 묶어 그 강에 던지니

송이송이 가슴 저린 불꽃 허공으로 타오르고

재 가루만 흰 꽃 되어 머리 위로 흩어져 내리니


이네 뼛가루 어미 치맛자락 움켜잡고 따를거나


-박찬현-

2018. 5. 24. 목

(※2018. 5. 10. am.11:30)

※photographed by 허봉무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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