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박찬현-
바람에 옷깃이 나부끼지 않아도
바람에 머리 올이 흩날리지 않아도
바람은 숨이 되어
폐부 깊숙이 드나드는데
햇살이 정수리에 앉지 않아도
햇살 눈부시게 시려 바라볼 수 없어도
손가락에 햇살 반지 만들지 않아도
밤의 뒤쪽에 그리움으로 있는 태양
오고 가는 시기를 잘 아는 철새도
V자를 끌고 떠나는 황혼
오만한 시간은 영원을 지킬 수 없고
교만을 펴고 석고대죄하는 마음은
땅 위에 끝나는 시간을 씻음이니
영혼의 고향 향해 눈을 떠야 할 것을
이정표를 알고 있는 계절이 간다.
2016. 10. 5.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