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정돈하지 않고 그저 생각나는 것들을 올려 본다.
집정리를 대충 끝내고 버릴 물건들을 들고 집밖을 나서니 봄비가 고요하게 내리고 있다.
문득 생각 나는 한 사람,
이맘 때면 화초들이 자라는 마당을 손 보시느라 분주하셨던 혜량 깊은 마음께서 호미자루를 들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 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곳 마당을 들어서면 애완견들이 종류별로 우루루 나와 아는척좀 해달라고 매달린다. 한 삼사십 마리이기에 대충 몇 마리의 머리를 헝클어주면 제 자리로 돌아가 앉는 그 애완견들은 유기견들이다.
화단을 손질하시다 호미자루를 화단에 던져 두시고 따끈한 차를 끌여 내오시면 정돈이 잘 된 마루에 앉아 근간에 있었던 이야기로 시간을 찾아 올라가 본다.
근간에 가셨던 소년원 아이들 중 한 명을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바꾸셨다며 기뻐하셨던 모습이 아른 거린다.
그분은 적지 않은 사형수를 장기수나 무기수로 생명을 구하신 일이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회진출을 위해 기술 자격증을 취득하게끔 도움도 많이 주셨다.
물론 그분이 가진 것은 그다지 많지는 않다. 그러나 항상 직접 발로 뛰며 얼마간의 금액을 벌게되면 거의 모두 소년원으로 보내져 쓰이게끔 하셨다.
늘 들려보면 무대 의상을 손수 바느질 하셨고, 하얀 머리의 짧은 커트 위에 쓸 가발을 정돈 하시거나 무척 소중하게 간수하시던 통기타 하나이다. 대중교통과 택시를 이용하시면서 연로하신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밤무대를 서셨다.
그러한 그분의 존함은 "권혜경 가수"이셨고 그분의 히트곡은 (산장의 여인)이었다.
그분이 대중에게서 인기몰이를 할 시기란, 한국 군인들이 베트남 참전무렵이 최고의 주가를 올리셨다.
베트남 전쟁 현지 위문단으로 다녀 온 무용담을 들려주시곤 했는데 아무런 두려움 없이 참전 군인 처럼 사실을 읊으셨다.
그당시의 음반을 들으면 꾀꼬리같은 청아한 목소리이나 기실 그분은 후두염을 앓아서 많이 허스키하다. 아마도 그분 목소리와 성품이 유사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그분은 매사에 공정하고 정의로우신 분이셨다.
당신이 살아 오신 삶이 후회는 없지만 조금은 억울함이 있으니 나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부탁하신 바 있다. 그대신 나의 첫 시집인 (종이 강 - 1991년12월24일)출간했을 때, 신촌의 어느 까페에서 몇 분의 문단 어르신을 모시고 출간 축하식을 해주셨다.
나 역시 당시 그리하겠노라 하였건만 워낙 졸필인지라 글이 익은 후, 더불어 인생의 이끼가 두껍게 앉으면 꼭 쓰리라 생각했다.
그분은 당시에 상당히 큰 스토리를 달고 사셨다.
당시 남하한 북한 첩자(간첩)가 자수(전향)를 했다는 사실은 크나큰 세간의 이슈였으며, 또한 그 첩자와 정치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된 사건 역시나 큰 이슈였다.
(이수근)이라고 하는 첩자는 국가에서 지켜보던 가운데 제 3국을 통해 탈출을 시도했으나 종국엔 잡혔다.
중요한 것은 그분(권혜경 선생님)은 그 첩자와 가시적 결혼이었을 뿐 실제로는 그를 지켜봐야 하는 감시자 역할이었고, 또 그분은 그의 일투족을 보고해야하는 입지였다. 그분 말씀으로는 "그는 처음 부터 전향한 자가 아니였어, 그는 이중 간첩이야! 그래서 누차 그 사실을 알렸지,"
가끔 그분 생각을 하노라면 당시 무사히 넘어 간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다. 국가 수사기관에서는 분명 알고도 묵인하고 있었을 터인데, 자꾸만 '이 자는 간첩이요,'라는 내용을 노래하셨으니 예민한 첩자가 그냥 넘어 갔다는 점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그분은 대중 가수가 되기 전에는 옛 조흥은행 직원으로 근무했었다. 가수로 활동 하면서 부친으로부터 집을 나가라는 호통에 자립을 하셨다고 했다.
그분은 일생의 중요했던 가수의 길보다 그후의 삶이 진정한 삶이 아니셨던가하는 생각이다.
아주 많은 사연과 영혼과 육신이 겪은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생활이셨다.
그러한 힘든 난제의 길을 걸어 가시던즈음 그동안의 육신의 아픔이 거의 치유가 되었었다.
그리고 살고 계시던 터전을 털고 일어나서 도심을 벗어나 살아 갈 무렵 난데 없는 폐암을 앓으시면서 그 많은 유기견들 속에서 세상을 떠나셨다.
가까이 계셨으면 임종이라도 지켜보았을 터인데 그것이 못내 안타까운 일로 자리를 하고 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새벽 미사를 가던 길목에서 종종거리며 따라오던 유기견 '봄비'를 만났고 그리 길지 않았던 시간에 '봄비'는 그분 댁에서 호사롭게 살았다. 더러 그분 댁에 들리면 오줌을 흘려가며 매달리던 그 복슬한 강아지와 자비로운 권혜경 선생님이 많이 그립다.
곡우에...
-산장의 여인-
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단풍잎만 차곡차곡 떨어져 쌓여 있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 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 안고
나 홀로 재생의 길 걸으며
쓸쓸히 살아 가네~ (_ _*);;;;
□ 노래가 인생을 재단한 듯
그렇게 가사처럼 애절하게 살다 가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