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라피: 손민석 작
-박찬현-
한 평생 우거진 나무로 살다가
뿌리를 남겨두고 청춘으로 간다
뽀얀 햇살로 내려 와 80 여년
크나큰 가슴으로 모진 풍상 파편들 품고
아픈 내색없이 나무 둥치 휴식처로 내어주며
빈손 털며 우환만 입은 채 푸른 층간 간다
저마다 한 허리씩 잘라 가버리고
가지 마저 꺾어들고 사라진 빈 둥치
정작 슬픈 강을 침묵으로 동여메고
살갑지 못 했던 이파리 눈동자에 띄우니
젖은 베개닛 망각 처연히 드리우며
초록 시공 너머 빛 속에서
백발 청춘이 걸어 간다.
2017. 8. 12. 토
※포토그라피: 손민석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