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늘 무심히 흘러가는 듯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 15년이란 시간은
그저 흘러간 무상한 것이 아니었다.
네가 떠난 뒤, 함께한 시간만큼
우리에겐 무겁고 짙은 것들이 남겨졌다.
함께 할 땐 의식하지 못했던,
비로소 떠난 뒤 절절히 느껴지는
너로 인한 습관들.
예를 들면 집에 들어올 때,
네가 뛰쳐나올까
현관문을 빼꼼히 여는 것.
작은 네가 나의 큰 엉덩이에 깔릴까
소파에 앉기 전 고개 돌려 꼭 확인하는 것.
팔 옆, 다리사이, 네가 어디든 누울 수 있도록
자기 전 큰 대자로 뻗고 자는 것.
그냥 허공이 쓸쓸하게 느껴질 때
어김없이 달려올 너를 불러보는 것.
실례를 하는 곳을 밟지 않기 위해
몇 번이나 체크하고 지나가는 길.
밥을 먹을 땐 빤히 쳐다볼 너를 보기 위해
괜히 식탁 아래를 들쳐보는 일.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 문 열어주기 전
바로 뛰쳐나갈 너를 먼저 찾는 일.
잠결에 옆에 있을 너를 더듬어 찾아보는 일.
그런 너에게 얼굴을 맞대 보는 일.
그렇게 네가 떠난 후엔
무의식에 베어버린 습관들을
의식하는 순간들만 쌓여갔다.
그 순간들이 선명한 만큼 예리하여 아팠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만큼 공허한 마음에선
시린 바람이 불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함께하여 새기는 시간보다
지워지는 시간이 더 빠른가 보다.
그렇다고
시간으로 잊히는 건 아니다.
이별 후에도 한동안 아니 몇 년 동안은
불현듯 찾아오는 공허한 시간을 느꼈다.
그러다 집안에 사정이 있어 이사를 하게 되었고
네가 없던 공간에서 살게 되니
네가 더 이상 불현듯 찾아오는 일은 없어졌다.
사람의 뇌가 참 단순한가 보다.
그래도 가끔,
다른 생각 해본다.
혹시 떠난 뒤에도
네가 잠시 우리 공간에 머물렀던 걸까?
그래서 그토록 너를 잘 느껴졌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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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두고 간 온기
남겨진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