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적어 내려가는 이 문장들이 언젠가 당신에게 닿았으면 좋겠어.
J , 속상한 날이면 내 엄지손가락이 먼저 당신의 번호를 눌러.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어서 다시 지워. 당신이 꿈에 나올 때면 아직도 울면서 깨. 신경안정제를 허둥지둥 찾아 삼키고 나서야 조금 숨을 고를 수 있어. 그렇게 진정되고 나면, 또 우리를 떠올려. 밥을 먹을 때도, 바다를 볼 때도, 길을 걸을 때도, 병원에 갈 때도, 장을 볼 때도. 당신은 여전히 내 하루 속에 있어.
또 바뀐 이 계절을 두 번이나 보냈는데도, 내 마음은 여전히 그때야. 아직 핸드폰도, 집 도어락도 우리가 함께 정했던 그 비밀번호야. 가끔 길을 걷다 당신의 향수 냄새가 스치면 본능처럼 뒤를 돌아봐. 당신이 내 생일에 불러줬던 노래가 우연히 흘러나오면, 그대로 멈춰 서 있어. 그 노트 기억나? 당신이 내 장점을 하나하나 적어줬던 그날. 나는 아직도 그걸 펼쳐보지 못했어. 그 안엔 당신의 다정함이 고스란히 눌러앉아 있을 것 같거든.
J , 웃기게도 나는 여전히 사랑을 원해. 하지만 한편으론 무서워. 당신이 내게 줬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또 받을 수 있을까 싶거든. 당신만이 알던 나의 사소한 버릇들, 내 말에 귀 기울이던 눈빛, 싸움이 끝나면 먼저 손을 내밀던 따뜻함, 이미 들켜버린 서프라이즈에도 놀란 척 웃어주던 그 표정. 그 모든 게 내 안의 기준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자꾸 생각했어. 이 추억을 덮을 만큼의 행복이, 또다시 내게 올 수 있을까.
J , 오랜 시간이 흘러 당신이 먼저 연락을 줬을 때, 고맙다고 생각했어. 근데 말이야. 그토록 기다렸던 순간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반갑지 않았어. 그때의 당신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그리웠던 거였나 봐. 그 시절이 애틋했던 거야. 결국 우리는, 지나간 시간 속에서 비로소 아름다워졌나 봐.
그래도 말이야, 그 시절을 진심으로 사랑했어. 그 마음 하나만큼은 아직도 변하지 않아. 언젠가 이 글이 결국 당신에게 닿는다면, 그땐 나도 조금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으면 해. 정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