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단상 [斷想]

by 승아


당신에게 전할 수 없는 이야기를 써 내려갑니다.


소소한 행복을 쌓고 또 쌓아 그 힘으로 살아가달라는 당신의 말 한마디에 큰 행복을 바라지 않고 우울만 무던히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끔 찾아오는 불안에 휘청거릴 때도 있지만 당신의 말을 곱씹으며 버티곤 합니다. 오늘은 말이죠. 담배 연기가 자욱한 화장실에 무릎을 굽혀 앉아 있었는데 저 멀리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출렁이는 마음을 다시금 다잡았지만, 아직 무섭나 봅니다. 오늘 같은 무더운 날에 땀을 흘리지 못할까 봐. 그리고, 그토록 좋아하는 낙엽을 보지 못할까 봐. 그러나 앞으로도 굳건하게 견뎌낼 자신이 있습니다. 두 번의 사계절을 지나 지금까지 아무 탈 없이 지내왔으니까요. 한편으론 지금 누군가는 이 한낮에 빛이 없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난 당신이 했던 말을 어둠 속에 있는 그들에게 똑같이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만큼 강해졌나 봅니다. 나의 피를 멈추게 한 당신 덕분에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먼 훗날 길에서 마주치면 미소만 지어주세요. 넌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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