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게
J, 오늘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았어. 예고편만으로도 오래 기다려온 영화였어. 불이 꺼지고 화면이 켜지자 그건 우리가 아니라고, 분명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말했어. 그런데도 이상하지. 첫 장면부터 마지막까지, 그 모든 순간이 우리였어. 우리는 저기 없는데, 우리가 했던 말과 우리의 스토리가 고스란히 살아서 흘러나오더라.
“우리 헤어져도 가끔은 보자.”
“남들 눈엔 재미없어도, 그냥 평탄하게 살자.”
“그때 내 집이 되어줘서 고마웠어.”
“그랬다면 너랑 함께했을 거야. 영원히.”
“그 시절의 나는, 너를 정말 많이 사랑했던 거 알지?”
“안녕.”
J, 대사 하나하나가 심장에 닿을 때마다 나는 숨을 고르지 못하고 울었어. 옆에 앉아 있는 애인에게 미안할 만큼, 감추지 못한 울음이 자꾸만 새어 나왔어. 흘린 눈물은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담아둔 너에게 흘러가고 있었던 것 같아. 당신이라면 알았겠지.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조용히 많이 울고 있을 거라는 걸. 아마 당신도 같은 장면에서 나를 떠올렸을 거라고, 그런 확신이 이상하게도 들어.
J, 이 편지가 닿지 않더라도 괜찮아. 다만, 당신이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잠시라도 우리를 떠올려줬으면 해. 우리가 한때 얼마나 서툴고,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서로의 하루가 되어주고 서로의 집이 되어주었던 그 짧고도 찬란했던 계절을.
우리는 끝내 함께 남지는 못했지만 사라진 건 아니었잖아. 마음 한쪽에 아직도 몽글몽글하게, 또 어느 날은 아프게 빛나는 이름으로 남아있어. 당신은 내 첫사랑이었고, 그 사실 하나만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바뀌지 않을 거야. 처음으로 누군가를 저토록 깊이 이해하고, 저토록 잃을까 봐 두려워했던 그 마음의 시작이 바로 당신이었으니까.
J, 올해도, 그리고 그다음 해도 큰 아픔 없이 잘 지내길 바랄게. 비 오는 날엔 너무 젖지 말고, 햇빛 좋은 날엔 우연히 같은 햇살을 받고 있기를. 가끔은 우리가 정말 많이 사랑했다는 사실만 따뜻하게 기억해 줘.
그럼 이만 줄일게. 안녕.
여전히 너를 미워하지 못한 채로,
여전히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