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단상 [斷想] | 12월 30일

by 승아

내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해맑은 사람을 보아서였을까. 그래서 그날 너는 유난히 눈부시게 예뻐 보였어. 이 사람 곁에 있으면 나도 조금은 밝아질 수 있을까, 나도 아이처럼 아무 생각 없는 웃음으로 웃어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 설령 그 미소 속에 걱정이 숨어 있더라도, 척이라도 하며 웃고 싶었고, 무엇보다 나의 어두움을 더는 들키고 싶지 않았어.


왜 아직도 나는 나의 어두움을 숨기고 있는 걸까. 이미 인정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보여주기가 그렇게 싫어. 나는 내가 던지는 농담에 네가 웃어주길 바라고, 또 바랐어. 억지가 아닌 진심이었단 걸, 너는 알고 있을까. 아픈 걸 티 내고 싶지 않았어. 조금 벅차다고, 많이 울고 싶다고 말하는 일이 왜 이렇게까지 어려운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


앞으로 웃는 모습만 보여주겠다는 말은 장담하지 못해. 그럴 수가 없어. 나는 오늘 하루를 어떤 감정으로 살아갈지조차 흔들리니까. 괜히 애써 보다가, 또 한 번의 어두움으로 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어. 혹여 다시 아프게 되더라도, 그때 네가 내 곁에 없더라도 나는 아마 어떻게든 이겨내고 말겠지.


하지만 여기서 정말 중요한 건, 난 말이야. 그 모든 순간에도 결국 네가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내가 다시 어두워질 때마다 나를 끌어올려 달라는 뜻은 아니고,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내가 웃지 못하는 날엔 네 웃음이 하루의 끝을 대신해 주고, 내가 무너지는 순간에도 너의 존재가 세상이 아직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또 버티고, 또 살아내고, 또 하루를 건너갈 수 있을 것 같거든.


혹시 내가 다시 아파서 손을 놓게 되더라도, 혹은 네가 잠시 앞서 걷게 되더라도 결국 돌아왔을 때 그 자리에 네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를 고치지 않아도, 밝게 만들지 않아도, 그저 내가 나인 채로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으로.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완벽해질 자신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래서 더더욱 내 삶의 곁에는 너였으면 좋겠어. 어둠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그리고 끝내 내가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작가의 이전글08. 단상 [斷想] | 만약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