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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잉드로잉 Jul 05. 2023

대나무는 비어있기 때문에 강하다

도덕경 11장 : 비움의 지혜

대나무처럼  한지에 먹, 2023




요즘 날씨가 무척 덥습니다. 뜨거운 햇볕과 습한 공기가 숨쉬기조차 힘들게 합니다. 이런 날에는 대나무 숲에 가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습니다. 대나무 숲은 울창한 나무들이 햇볕을 가려주고, 바람은 시원하게 붑니다. 대나무 숲에 있으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뜨거운 여름날에 대나무 숲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습니다.

노자의 도덕경 11장은 삼십 개의 바퀴가 하나의 바퀴통을 이루지만 그 바퀴통이 비어 있음으로써 수레의 유용성이 있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대나무는 속이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빈 공간 때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됩니다. 오늘은 노자의 도덕경 11장과  대나무숲을 생각하며 '있음(有)'과 '없음(無)'의 쓰임새에 대해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도덕경 11장의 내용입니다

 三十輻共一轂, 當其無有車之用. 埏埴以爲器, 當其無有器之用. 鑿戶牖以爲室, 當其無有室之用. 故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삼십폭공일곡, 당기무유차지용. 연식이위기, 당기무유기지용. 착호유이위실, 당기무유실지용. 고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    

      

삼십 개의 바큇살이 한 바퀴통에 꽂혀 있으나 그 바퀴통의 빈 것 때문에 수레의 효용이 있는 것이며, 찰흙을 빚어서 그릇을 만드나 그 가운데를 비게 해야 그릇으로서의 쓸모가 있으며, 문과 창을 뚫어서 방을 만드나 그 방안이 비어 있어야 방으로서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유로써 이롭게 하는 것은, 무로써 그 용도를 다하기 때문이다. 

    


무와 유,  한지에 먹, 2023



대나무는 비어있기 때문에 강하다.


있는 것과 없는 것     


삼십 개의 바퀴와 바퀴통

도덕경 11장은 "삼십 개의 바퀴가 하나의 바퀴통을 이루니, 그 허물이 없을 때에 비로소 수레의 쓰임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이 은유에서 바퀴통은 비어 있으며 바퀴가 바퀴통의 허물에 의해 모일 수 있습니다. 이로써 노자는 "있음"이라는 것이 "없음"이라는 허물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바퀴통이 비어 있지 않다면 바퀴는 모일 수 없으며, 바퀴통의 비어 있는 공간이 바퀴의 쓸모를 만들어 냅니다.     


찰흙으로 만든 그릇

노자는 바퀴통과 바퀴의 은유를 이어서 찰흙으로 만든 그릇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찰흙으로 그릇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그릇의 내부를 비워두는 것입니다. 내부가 비어 있어야만 그릇은 담을 수 있고, 쓸모가 있습니다. 따라서 "있음"인 찰흙 그 자체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고, 그릇이 되려면 "없음"인 내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부공간의 공허함은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그릇이 내부 공간이 비어있음으로써 기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내부 공허함은 새로운 것들이 담길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우리 자신도 내부 공허함을 만들면 새로운 아이디어, 경험, 지식 등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문과 창으로 만든 집

마찬가지로 노자는 문과 창으로 만든 집에 대한 은유를 제시합니다. 집의 구조인 문과 창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고, 통로와 접근을 허용합니다. 그러나 의 쓸모는 벽 안의 빈 공간에 달려 있습니다. 벽 안의 빈 공간이 없다면 그냥 단단한 벽이 될 뿐이며 집으로서의 쓸모를 가지지 못합니다. 따라서 집의 유용성은 "있음"인 벽의 구조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없음"인 내부 공간에 의해 가능해집니다. 우리도 마음의 문과 창을 열어  빈 공간을 가꾸고 유지함으로써 심신의 안정과 행복과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대나무의 유와 무


대나무는 도덕경의 비움의 가르침과 잘 어울리는 식물입니다. 대나무는 빠르게 자라면서도 유연하고 견고한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나무는 자연스럽게 비움을 나타내는데, 그 중요한 특징은 중심이 비어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은 노자가 강조하는 비움의 개념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대나무는 또한 신속한 성장과 번성을 상징합니다. 우리가 삶에서 비움을 수용하고 유연성을 갖춘다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나무의 견고한 줄기는 우리가 삶의 어려움과 도전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서있을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또한 대나무는 지속 가능성과 번영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소비와 낭비 대신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데서도 중요한 지혜를 줍니다. 우리가 욕망과 소유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히려 내면의 비움을 통해 진정한 풍요와 만족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무(無)의 중요성     

노자는 이러한 은유들을 통해 "무(無)"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있음(有)"과 "없음(無)"은 서로 뒤바뀔 수 있는 상태이며, 하나가 다른 하나를 허물어 주는 관계에 있습니다. 즉, 모든 것은 변화하고 유동적인데, 이러한 변화와 유동성 속에서 비로소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를 우리의 삶에 비유해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의 저만의 정체성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와 다른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고, 미래에는 또 다른 모습이 될 것입니다. 이 변화와 성장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내부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 즉 "없음(無)"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내부가 비어있음으로써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수 있으며, 존재의 풍부함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무(無)"는 소유욕과 탐욕을 경계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바퀴통이 항상 가득 차 있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없으므로 성장과 발전이 어려울 것입니다. 집이 문과 창으로 가득 차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가 없겠죠. 따라서 에서 유가 되기 위해서는 때로는 무엇인가를 버리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노자의 도덕경 11장과 대나무의 은유는 무의 중요성과 개방적인 마음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삶의 지혜와 풍요로움을 이끌어내는 깊은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면의 무(無)를 통해 새로운 것들을 수용하고 성장해 나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레바퀴, 그릇, 문과창이  비움에서 제 기능을 하고 대나무가 비움에서 힘을 얻듯이 우리도 비움의 지혜를 자신의 삶에 품음으로써 여유롭게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p.s 대나무는 공허함이 있기에 강하고, 유연함이 있기에 바람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성장함으로써 높이 자라며,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아름다움을 발휘하고,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영원합니다.      


         

대나무숲에서, 한지에 먹,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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