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잉송 May 23. 2022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주는 사람

육아는 사랑을 '받는' 것

첫째 때는 육아에 참여를 잘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둘째 때는 제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사실 제가 우울증에 걸렸어서

육아를 해서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면 어쩌나 하고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지금은 우울증이 80% 정도 나아졌지만,

(나아진줄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2022년 말..다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지금 되돌아보면, 고등학교 이후로 저는 계속 우울증에 걸릴 준비를 착실히 해오면서 살았던 것 같더라고요.


나 자신보다, 돈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것이 제가 우울증에 걸린 이유예요.

 

중학교 때에 저희 어머니 사업이 망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집안 분위기가 조금 어둡기도 했고

더 중요한 것은 부모님께서 돈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가슴 깊은 곳에서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무조건 안정적인 직업, 의사 같은 그런 종류의 직업을 갖길 원하셨죠.

그래서 직장도 의사는 아니지만 좀 안정적인 곳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만두었지만요

회사가 너무 보수적인 요소가 많아서 저랑은 좀 안 맞았어요.

근데 퇴사할 때쯤 되니까 저 자신이 누구보다 보수적이 되어버렸더라고요


암튼 뭐 퇴사하고 우울증 때문에 엄청 고생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는 결과만 중요한 인생을 살았으니까요.

실패를 하면 그 실패를 제가 용납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항상 제 감정을 제가 억누르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우울했던 제가

육아를 하면서 정말 많이 낙천적이 되었어요.

왜냐하면 제 아이들한테 정말 많이 사랑을 받았거든요.


결혼하기 전에는 왜 아이를 낳아서 저렇게 키우나 했습니다.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하나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내가 무슨 아이냐 싶었습니다.


고백하건대, 첫째를 낳고도 사실은 육아가 저에게 손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승진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할 시간도 모자라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육아를 해 보니 아이들은 아버지의 능력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아이들은 아빠를 아무 이유 없이도 인정하고 사랑합니다.

이건 참 대단한 진실입니다.

사실 열심히 일하고 아등바등 사는 것이 결국은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서잖아요.

그런데 굳이 그렇게 아득바득 살 필요가 없었던 것이더라고요.


 아이들은 정말 신기한 게.

 제가 사랑을 주면 그것보다 더 큰 사랑을 저에게 줍니다.


 그래서 생각했지요.

 제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

 제가 살면서 실패했던 경험으로 인한 좌절.

 이런 것들은 그냥 지나가는 과정이구나.


 내가 꼭 성공하고 돈이 많아야 사랑받는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내가 성공하지 못해도, 돈이 많이 않아도 나는 사랑받을 수 있구나


 이렇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육아라는 게 정말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죠.

 그런데 그건 육체적인 힘듦에 가깝잖아요 (물론 그 육체적 힘듦도 쌓이면 병이 되긴 합니다.)

 잠을 못 자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긴 하지만 그건 지나가는 거죠.

 하지만 아이들과 저와의 유대감과 사랑은 평생 가는 거더라고요. (어쩌면 죽어서도 계속될지도 모르죠)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는 형벌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