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와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
과거를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나는 삶을 어떻게 살게 될까?
10년 전으로 돌아가 과거를 지우고 다시 살 수 있다면... 저는 운동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랬더라면 우울증으로 고생했던 날들을 단축시킬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뱃살 대신에 식스팩을 장착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조금 더 일찍 회사를 그만두고 제 일을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 빠져있을 동안에 책을 더 많이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그랬더라면 책도 더 일찍 더 많이 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전할 수 있었을 테고 더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었을 테니까요.
만약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인생이 30년 후의 내가 과거로 돌아와 다시 살게 된 삶이라면?
그런데 만약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인생이 30년 후의 제가 타임머신을 타고 지금으로 돌아와 다시 살게 된 삶이라면 어떨까요? 만약, 지금의 삶이, 죽음을 앞둔 노인이 제발 다시 한번만 살게 해달라고 비는 소원이 이루어진 결과라면? 그렇게 기적적으로 얻어진 것이 지금 내가 사는 삶이라면?
30년 후 저는 73세가 됩니다. 아주 건강관리를 잘한다 해도 73세가 되면 최소 한 군데 이상은 문제가 생길만한 나이가 되죠. 무엇인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도 조금 망설여지는 나이입니다. 그렇게 73세가 된 저를 상상해 봅니다. 어차피 상상이니 제가 원하는 모습의 나이 든 저를 상상해 봅니다.
저는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한 신체 건강한 73세인 오잉송입니다. 허벅지 두께가 50cm가 넘어가고 식스팩도 있습니다. 역시 42살 때부터 매일매일 꾸준히 운동한 보람이 있습니다. 다만 적극적으로 재산을 모으지 않은 탓에 재정적으로는 아주 부유한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글을 써온 덕에, 책도 여러 권 냈고 30년간 운영해 온 상담센터의 운영이 잘 되고 있습니다. 평생 직장인 상담사를 직업으로 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후회되는 것이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그 콘텐츠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미쳤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30년 전인 43살로 돌아간다면 저는 유튜브를 끊겠습니다. 유튜브 쇼츠를 보는 시간에 글 한 글자라도 더 쓰고 책도 더 많은 글을 읽고 싶습니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적절히 섞어가며 더 열심히 운동할 것입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충분히 잠을 자고, 매일의 삶에 더 감사하며 살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은 일단 시작할 것입니다.
이렇게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은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이점이 있습니다.
목적이 있는 삶과 지금 여기에서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목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험에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미래지향적인 의미는 '미래의 나'와 연결이 되어있어야 가능해집니다. 프로이트는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무의식에 모두 저장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무의식이 개인의 성격과 현재의 삶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들러는 인간은 과거에 이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미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들러의 사상을 읽기 쉽게 알려주는 책인 [미움받을 용기]에는 '트라우마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챕터가 있습니다. 책 속의 철학자는 '지금의 삶은 경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부여한 의미에 따라 자신을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과거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사업에서 실패했다면 '왜 하필 내가 이런 일을 겪게 되었을까?'라고 묻는 사람과 '분명 이 시련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이 있을 거야,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런 시련을 겪고 있는 것일까?'라고 묻는 사람은 엄청나게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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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은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목적 있는 삶이 얼마나 생존에 중요한 것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빅터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목적의 결여는 수명을 단축시키고, 목적을 갖는 일은 기대 수명을 평균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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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와 연결되어 목적 있는 삶을 살 수 없다면 현재의 삶은 의미가 없어집니다. 매일 똑같은 쳇바퀴 같은 삶을 반복하며 살게 되죠. 그런데 미래의 나를 상상해 보고, 그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로 다시 산다고 생각해 보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명확해집니다. 방향이 없이 맴돌던 삶에 뚜렷한 방향이 생깁니다. 사소하고 근시안적인 것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고 멀리 보고 끈기 있게 한 걸음씩 내딛는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는 다시 살 수 있는 삶이 아니라 딱 한 번만 살 수 있는 삶을 살고 있기에 지금의 삶을 더 충실하게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적을 잃은 사람들은 자주 지금의 삶을 스마트폰이나 게임 등의 눈앞의 값싼 재미에 낭비해 버립니다. 목적을 잃으면 인생은 크고 작은 낭비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런 낭비들이 쌓이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점점 더 많이 쌓여서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되죠.
훈련의 무게는 얼마 안 되지만, 후회의 무게는 수 톤에 이른다.
-짐 론 -
'미래의 나'와 연결되면 이런 낭비를 하려 할 때마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미래의 나'와 연결되면 스마트폰으로 카톡만 확인하려다가 어느 순간 유튜브 쇼츠에 빠져들어버렸을 때, 그 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내적 목소리가 자리 잡게 됩니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시간여행자인 주인공 팀과 팀의 아버지는 되돌리고 싶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특권을 누리며 살아갑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죠. 그리고 인생의 모든 순간을 다시 한번 겪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며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마치 미래의 내가 지금의 삶을 다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삶을 더 충실하게 살 수 있게 됨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삶을 딱 한 번만 살기로 하자 팀은 자신의 삶의 매 순간이 엄청나게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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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첫 번째 삶에서 했던 잘못된 행동을 지금 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라!
- 빅터 프랭클 -
저도 이 말을 제 인생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30년 후 73살의 내가 지금의 삶으로 되돌아왔다고 상상해 보는 것이죠. 미래의 내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서 지금으로 돌아왔다고 상상해 봤습니다.
저는 제 아내인 다람송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습니다. 그날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생일날 같이 순두부를 먹으러 갔죠. 그런데 계속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다람송은 왜 우냐며 물어봤지만 저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그냥 (눈물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제가 만약 진실을 말했다면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갔을 테죠.
다람송 : "왜 울어? 무슨 일 있어?"
나 : "나는 지금 미래에서 왔어. 그런데 지금 너를 보니까 너무 눈물이 나. 내가 이렇게 예쁜 여자와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니..."
다람송 : "머야? 이제야 철든 거야? 아니면 오늘 오빠 생일 아니고 내 생일인 거야? "
그 상태로 8살짜리 제 딸아이와 21개월 차 아들을 보니 그 삶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라니... 내 인생이 이렇게 빛나고 있다니... 또다시 눈물이 났습니다.
"수연아, 준서야, 고마워.. 아빠한테 와줘서.. 여기 있어줘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운동하는 마음도 달라졌습니다. 그전에는 내가 얼마나 더 멀리, 오래 뛰었는지, 얼마나 많은 횟수로 많은 무게를 들었는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미래의 73살인 내가 지금 43살의 내가 되어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조깅을 하면서도, 헬스를 하면서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 몸에 얼마나 많은 근육이 붙어있든, 체지방이 얼마든간에 턱걸이 개수가 잘 늘어나지 않아도 지금 제가 가진 이 몸에 엄청나게 감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따끈한 책 [퓨쳐셀프]에서는 '미래의 나'와 연결되는 삶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미래의 나'와 연결되는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나'는 항상 나와 연결을 시도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그 연결의 시도에 대한 응답을 거부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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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미래의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뭔가 인생이 잘못되어가고 있음에도 모른 체하며 사는데 익숙해져 있기에 내 안에 있는 '미래의 나'가 내는 목소리가 너무 작아졌는지도 모르죠. 심리학에서는 내 안에 여러 자아가 있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상처받은 취약한 어린아이', '건강한 어른', '화가 잔뜩 나있는 아이'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그 여러 자아들 속에 '미래의 나'도 있었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온전한 인생은 목적이 있는 삶, 감사하는 삶을 사는 사람만이 쟁취할 수 있는 귀한 것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것이지만 누구나 이미 가지고 있다는 모순이 있죠. 매 순간 자신만의 목적과 비전을 가지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눈빛이 다릅니다. 그 눈빛만큼이나 그 사람의 인생은 빛이 납니다. 그리고 그 빛은 사람들의 희망의 등대가 되어줍니다. 그 희망의 등대를 따라가면 미래가 있고 그 미래에는 그 미래에 살고 있는 내가 있습니다. 그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만날 때 기적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