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해야 할 세 가지 질문
"까라면 까야지 뭔 말이 많아! 하라는 데로 해, 일은 일일 뿐이야.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냐? 이렇게 좋은 회사가 어딨 냐?, 네가 배가 불러서 그렇지" - 전 직장 선배의 말
수년 전, 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았던 시절, 그 배경에는 보수적인 문화를 자랑하던 공공기관이라는 허울 좋은 직장 생활이 있었습니다. 분명 연봉도 나쁘지 않았고, 하는 일도 유수 대기업/중소기업에 비하면 편한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잡일도 많고, 이것저것 나와 상관없는 선배들의 일을 떠맡아서 해야 했죠. 그런데 가장 저를 힘들게 했던 것은 제가 왠지 사회라는 회로에 '저항(resistance,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방해하는 소자)'같은 존재로 느껴지는 자괴감과 허무함이었습니다. 뭔가 세상에 진짜 도움을 주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뿌듯하기는커녕 더 힘들게 만들었죠. 물론 세상에는 '저항'이 필요합니다. '저항'이 없으면 세상은 '쇼트(short : 의도치 않은 과전류,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발산하는 발열로 인해 화재가 날 수 있음)'가 날 테니까요. 하지만 저에게 제 삶은 세상에 '저항'이 되기보다는 '배터리'가 되라고 외쳤고, 그래서 8년이나 다니던 그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열심히 하는 일이 나를 즐겁게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하고 있는 행위(일)의 질이 낮다는 것입니다. 뭐든 '열심히'만 한다고 뿌듯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죠. 하고 있는 행위(Doing:행위)'의 질(quality)이 중요합니다. 최근 공무원을 기피하는 MZ세대들을 보면서 저는 그 현상의 이면에 '일을 하면 할수록 공허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도무지 몰입할 수 없는, 일을 즐길 수 없는 업무환경에서 느껴지는 불행감이 크다면, 아무리 정년을 보장해 준다 한 들 그 일을 지속할 수 없을 테니까요. 열심히 살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하는 일에 관해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내가 그 일을 즐겁게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일이 과연 생산적인 일인가? 그리고 그 일이 누군가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고 말이죠.
즐거움이란 몰입하는 동안 느끼는 감정입니다. 삶을 즐거움으로 채우는 방법은 , 자신이 어떤 순간에 몰입을 하는지를 알고 그것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가 얼마나 자신을 즐겁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봐야 합니다. 몰입감을 느낀다는 것은, 하면 할수록 더 에너지가 샘솟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몰입을 경험하는 순간 우리는 '나'와 '세상'이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우주이고, 우주가 나임을 깨닫는 순간, 모든 '에고'의 문제가 사라지고 궁극의 즐거움만 남습니다. 삶이 즐겁지 않은 것은, 자신과 세상이 합일되는 몰입의 경험을 하지 않고 살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일이) 자신을 진심으로 즐겁게 하고 있는지 스스로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그 일이 즐거운지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그 일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고 그 몰입은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게 만들고, 궁극적인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줄 것입니다.
몰입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쇼핑, 게임, 유튜브 보기 등의 소비적인 몰입과 글쓰기, 그림 그리기, 운동, 창작, 만들기, 공부, 실험, 연구, 기획 등의 생산적인 몰입이 그것입니다. 게임에 몰입하는 것도 일종의 몰입이라고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비적인 몰입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듧니다. 게임을 할 때 뇌에서 분비되는 값싼 도파민이 우리들을 쉬운 즐거움들에 적응하게 만들어서 다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반면 생산적인 몰입에는 일정 부분의 치열한 노력과 창의력이 들어가는 만큼 더 궁극적 오래가는 즐거움이 뒤따릅니다. 생산적인 몰입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 뿌듯함은 아주 오래갑니다. 생산적인 몰입은 사람을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생산적인 몰입이 쌓이면 인생의 의미와 맥락을 만들고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혹시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을 '억지로'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억지로'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댈 수 있어야 합니다. 명확한 이유가 있는 일은 즐겁습니다.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그 일이나 행위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즐거움을 주는 의미 있는 생산적 몰입을 주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되겠죠. 어떤 일이 나를 즐겁게 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그 일은 지속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나에겐 인생을 걸 만한 나만의 즐거움이 있는가?
몰입에 대해 세계 최초로 연구/정립한 긍정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몰입을 머릿속의 생각과 목표, 행동 등 모든 정신이 하나로 통일되는 상태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몰입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보았습니다. 만약 내가 하는 행위를 통해 위 세 가지의 기준을 충족시키는 몰입을 경험한다면,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궁극의 행복한 삶을 '열심히'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행위는 존재로서의 행복감을 키워주게 될 것이고 존재로서의 행복감이 튼튼해진 만큼 그 위에 또 다른 행위로써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선순환구조로 들어설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