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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13. 2021

흰 머리카락에 대한 고찰

염색 싫어! / 근데 흰머리도 싫어!

 


조교 생활을 하던 시절 나는 20대 중반이었다. 거울을 보며 “아! 새치가 나네."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같이 계시던 교수님이 “얘~그거 이제 흰머리야. 사람은 20살이 넘어가면서 노화가 시작되잖니!"라고 말씀하셨다. (아니, 교수님!? 알겠다고요!)



한 개, 두 개 흰머리카락이 나면 '너 요놈 잘 걸렸다.' 하며 얄미운 놈 잡아내듯 족집게로 뽑아냈다. 손맛이 꽤 짭짤한 족집게질도 얼마 가지 못했다. 아이를 낳고 난 후에는 뽑아서 해결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집을 이룬 흰머리 카락들은 서로 질세라 '나 여깄소'를 외치며 바짝 힘을 주고 매우 꼿꼿하게 서있다. 그때부터 간헐적 염색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흰머리카락아!! 난 니가 싫어 오지마!!!!! 그런데 염색이 더 싫어!!!!!!!





가끔 기분전환을 위해 했던 내 젊은 날의 염색은 이제 안녕! 흰머리 염색이라는 구렁텅이로 나는 발을 들이고야 말았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검은색으로 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 염색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고속도로 위에 눈이라도 내린 듯 흰머리가 반짝인다. 검은색 위에 흰색이 훨씬 더 도드라지는 것이다.



‘검은색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후 자연갈색, 밝은 갈색, 황금 갈색 안 해본 갈색머리가 없을 정도다. 검은색 염색 후보다는 봐줄 만했지만 염색을 해야 하는 시기는 비슷했다.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탈색을 했다. 내 나이 40세 되던 해에 탈색을 두세 번 했다. 역시나 탈색이 가장 흰머리카락을 잘 가려주었지만 뿌리부터 자라나는 검은 머리로 금세 지저분해졌다.

(그때 누군가가 내가 탈색한 모습을 보고 첫인상이 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는 아줌마''성격 센 여자'로 봤단다. 성격이 센 것도 맞고 내 나름 놀 줄도 알지만 고것은 편견이라고 말해줬다.)





염색!! 이제 더 이상은 하기 싫다.


요즘은 누굴 통 만나지를 않아서 코로나로 인한 <고잉 그레이> 중이지만, 필요에 의해 염색을 하게 될 날들이 종종 있을 것이다. 그때는 기꺼이 염색을 하리라.




언젠가 하게 될 <고잉 그레이>를 위해 건배! 흰머리카락이 뭐가 어때서! 거기에 어울리는 내가 되고 그게 멋이 되는 패션으로 나를 꾸미면 된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난 염색하는 행위가 너무 싫으므로.




<나도 곧 고잉 고잉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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