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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Jan 25. 2021

부럽지만 부럽지 않군요.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서 참 다행이야.



누구를 부러워할 것도 없고,
누구를 불쌍히 여길 것도 없다.
비교는 쓸모가 없다.



몇 해 전 아는 오빠네 가족이 영국에 갔다. 이민은 아니고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해서 직장을 영국에 구한듯했다. 자세한 건 모른다. 아주 잠깐 부러웠다.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랬다. 제주도에 내려가서 살고 있는 부부를 보고도 잠깐 부러웠다. 아이가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데이비드 호크니 다큐를 보고, 호크니가 부러웠다. 영국에서 태어나 뉴욕에 가서 작업을 하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게 부러웠다.


겉모습만 살짝 보면 속내는 잘 보이지 않는다. 타인의 삶은 멀리서 보면 대부분 희극이다.


영국에서 살다 오고,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다고 해서 감수성이 풍부한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깡촌에서 나고 자라, 삭막한 시내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어도 꽤 많은 경험을 했다. 그들에겐 그들의 경험이 쌓이고, 나에게는 나의 경험이 쌓일 뿐이다.


희승이도 마찬가지다. 푸르른 자연이 펼쳐져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부모의 걱정 없이- 하루 종일 친구들과 놀다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서 요즘 6명이 멤버를 이뤄 매일같이 재미있게 놀며 지낸다. 어린 시절에는 함께 노는 또래 친구들이 그 아이의 우주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라는 우주







내가 가난해서 나를 불쌍히 여기는 가족, 친구들이 가끔 있다. 그들은 불쌍히 여기는 게 아니라 안타깝게 생각하는 거라고 말한다. 나는 나보다 조금 여유롭다고 그들이 부럽진 않다. 제주도에 내려 간 사람들과 외국에 나가서 색다른 경험을 하는 이들은 잠깐이라도 부러웠지만, 돈이 조금 더 많다고 부럽진 않다.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이 많다면 그건 부럽다.ㅋ)



부럽지만 부럽지 않다. 부러운 것 같아도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또 부럽지가 않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유럽에 있는 사람들이 1도 부럽지가 않았다. 이러다가 우리나라에 또 큰일이라도 나면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겠지.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것처럼 매우 간사하다. 그런 간사한 내 마음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다.


사실 잘 들여다보면 아무도 너를(나를) 그다지 부러워하지 않는다. 우쭐댈 필요도 없고, 주눅 들어 살 것도 없다. 우리에겐 언젠가는 다 죽는다는 명백한 평등(?)이 주어졌다.




그저 가끔 힘들 때 내가 나를 토닥여 주고 싶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을 도울 일이 생기면 내 능력만큼 돕고 싶다.


각자의 자리에서 힘내요!






(덧)


그러니 나를(남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 말아요.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도 그렇다는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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