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슬킴 Jan 26. 2021

엄마의 텃밭_무, 배추, 대파  

오늘 점심은 어묵탕




엄마가 직접 키우신 무, 배추, 대파! - 엄마의 위대함! 흙의 위대함!




점심에 무슨 국을 끓일까 생각하며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묵이 있다. 며칠 전에 마트에 가서 1+1으로 샀던 어묵을 꺼내 들었다. 마침 엄마가 김장 때 보내주신 무가 남아있다. 국에 들어간 무가 단단하면 그 식감이 싫어서 되도록 얇게 썬다. 희승이랑 같이 먹어야 하니까 더 작고 얇게 썰었다. 마늘 두 스푼을 넣고 물을 넣는다.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냄비 뚜껑을 닫았다. 멸치육수는 필요 없다. 어묵 자체가 조미료 역할을 하니까.


엄마가 보내주신 대파를 화분에 심어놓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베란다에서 잘 자라고 있다. 물이 끓는 동안 대파 한뿌리를 뽑아 흙을 탈탈 턴다. 뿌리가 실하다. 흙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나도 텃밭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아직은 욕심이다. 집 바로 앞이라면 모를까 집과 떨어진 곳에 텃밭이 있다면 관리할 자신이 없다. 지금은 베란다에 대파를 심어놓고 봄이 오면 상추 정도 심는 걸로 만족하려 한다. 언젠가 조금 더 나이가 들어 직접 배추를 기르고 그 배추로 김장할 날을 상상할 뿐이다.



국이 팔팔 끓어 어묵을 넣었다. 가위로 숭덩숭덩 대강 자른다. 국간장으로 간을 하고 대파를 넣었다. 대파 역시 가위로 슥슥 자른다. 큰 건거기들이 떠다니고, 어묵까지 불어 둥둥 떠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재료들이 살아서 냄비 밖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불을 줄이고 조금 더 졸인다. 국자와 대접을 준비한다.









<엄마의 텃밭>




내가 10살까지 살던 집 앞마당과 집터를 일궈 만든 엄마의 텃밭이다. 배추, 상추, 대파, 쪽파, 시금치, 고구마, 갓, 양파, 감자 거의 모든 채소를 직접 농사지어 드신다. 가끔 우리에게도 나눠주시는데 보내주시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마트에서 사 먹는 채소들도 누군가의 손에서 자란 것이지만, 엄마가 직접 키우신 채소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더 맛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살아있는 것을 대할 때처럼 애정이 간다. 


나이가 들어 흙이 가까운 곳에서 살게 된다면 직접 채소를 길러서 그날그날 싱싱한 재료들로 요리를 해 먹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럽지만 부럽지 않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