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어떻게 더 조용히 살겠다고.
말이 많은 12살 아들이랑 사는데 어떻게 조용히 살겠는가. 당분간은 조용히 살 수 없으니 내려놓아야 하는데 진짜 조용히 지내고 싶다. 이렇게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는 중에도 우리 아들은 쉼 없이 떠든다. 그래. 알고 있다. 이런 날이 그리워질 거라는 것도. 그래도 일주일만 어디 조용히 혼자 좀 있다 오고 싶다.
스무 살 적부터 막연하게 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수행할 주제도 되지 못하면서 지금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한다. 논두렁, 밭두렁, 술집이 늘어선 번화가에 살아도 부처가 될 수 있다지만 살아생전에 그럴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냥 내가 떠나고 싶다. 난 인생 하수에 안타까운 중생일 뿐이니까. 뭐하자고 태어나서 지지고 볶고 이렇게 사는지 가끔 지겨울 때가 있다. 절에 들어가면 또 많은 지켜야 할 것들 때문에 답답해하겠지. 그래 그냥 산에 들어가서 굶든 어쩌든 혼자 지내는 게 답이다. 아니 어디 산속은 또 불편하겠지. 범죄 팟캐스트 '크라임'을 듣고 있노라면 인적이 드문 곳에 사는 게 무섭다. 결국 혼자는 못살겠다는 말이다. 쿠리랑 둘이 산이 가까운 동네로 가서 살고 싶다. 뭐 먹고살지? 먹고 살 돈이라도 조금 모아놓아야 할 텐데 빚만 잔뜩 있다. 아 그럼 결국에 산에도 못 들어가는 건가? 오늘은 그냥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싶다.
지금 행복한 줄 모르고 지껄이다가 큰 코 다치는 수가 있으니 그만 닥쳐야 하는데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가 타닥타닥거린다. 분노의 타자기 두드리기를 하며 마음을 달래 본다. 혼자 어디 가라고 하면 귀찮아서 가지도 않으면서 또 이런다. 쿠리는 다음에 이직을 할 때 한 달 정도 혼자 지내보라며 나를 위로한다. 아! 내 옆에 부처님이 계시다. 쿠리스님 만수무강하세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복은 쿠리를 만난 일이다. 안 태어났으면 모를까 어차피 태어나 굴러먹다 갈 인생에 쿠리같이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같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서로 이야기할게 많다. 그런 쿠리가 심심하다고 느낀 적도 가끔 있긴 하지만 그건 내가 중생이기에 느끼는 감정이다. 뭐 알면 얼마나 안다고 중생이니 뭐니 씨부렁 거리고 있는 건지 바보!
그래도 오랜만에 걷다 왔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조금 나태해졌다가 다시 부지런히 살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래도 저래도 지금 당장 행복하기에 집중하련다. 가진 것에 감사하련다. 아니 무척 감사하고 행복하다.
단지! 혼자만의 시간이 연속적으로 좀 길게 필요할 뿐! 바닷가에서의 일주일을 꿈꿔본다.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