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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Feb 05. 2021

월남쌈에 대하여

__식탁 위의 행위예술



[월남쌈]
-쌈으로 변신한 쌀 요리

최근 웰빙 열풍과 더불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베트남 음식.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베트남은 다양한 기후와 더불어 풍부한 먹을거리를 가지고 있다. 국민 대부분이 소식을 하며 오랜 시간 불을 사용해 조리하지 않아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베트남이다. 베트남 음식 하면 일반적으로 쌀국수를 떠올리곤 하지만 쌀국수와 더불어 대중적인 인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월남쌈’이다. 투명하고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새우, 돼지고기 그리고 신선한 야채가 곁들여진 월남쌈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베트남어로 ‘gỏi cuốn(고이 꾸온)’ 혹은 ‘베트남 쌈’이라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월남쌈 - 쌈으로 변신한 쌀 요리 (푸드스토리, 김한송)





<밥상>_쿠리 작품





희승이는 월남쌈을 좋아한다. 아기 때부터 열두 살이 된 지금까지도 손으로 음식을 만지작거리며 먹는 걸 좋아한다. 다람쥐처럼 갉아먹고 잘게 찢어먹고 동글동글 굴려먹기를 좋아한다. 그런 희승이에게 월남쌈은 재미도 있고 맛도 좋은 음식인 셈이다. 


희승이는 먼저 따뜻한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담그고(손가락도 같이 담그고) 말랑해진 라이스페이퍼를 접시에 쫙 편다. 마치 한지를 만드는 장인처럼 고르게 쫙쫙 펴는데 한참이 걸린다. 그리고는 무슨 재료를 담을지 요리조리 살핀다. 당근을 집어 들어 쪼갠다. 이미 먹기 좋게 준비해뒀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똑똑 당근을 끊어 얹는다. 다음은 고기볶음이다. 양념이 된 고기볶음은 젓가락을 이용해서 조금 올린다. 양배추, 크래미, 새우를 만지작 거리다 올리고 라이스페이퍼를 접는다. 양손을 집게처럼 만들어 위쪽부터 조심스럽게 감싸준다. 아랫부분을 잡아 살포시 포갠다. 그리고 양쪽을 잡고 동그랗게 말아준다. 다 만들어진 쌈은 반드시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그리고 땅콩소스를 찍어 입에 쏙 넣는다. 스스로 만든 쌈에 감탄을 하며 오물거리는 희승이를 보고 있으면 참 귀엽다.



월남쌈을 먹는 어제의 희승__왜 혼자 한여름이야! (이발 좀 하자...)



월남쌈은 재료 준비부터 만들어진 후 입에 들어가기까지 오롯이 그 사람의 취향을 담는다.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담그는 순간부터 취향이 갈린다. 재료를 거칠게 얹는 사람부터 가지런히 놓는 사람, 골고루 넣는 사람부터 좋아하는 한두 가지만 넣는 사람까지 온통 '내 취향은 이렇다.'는걸 보여준다. 매콤한 소스를 찍는 사람, 달콤한 소스를 찍는 사람, 두 가지를 동시에 찍어먹는 사람까지 이 얼마나 다양함 조합인가! 


월남쌈은 그냥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예술이다. 음악이라도 틀어놓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다음에 월남쌈을 먹을 때 어떤 음악을 틀어놓고 먹을지 함께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덧)

희승이가 평소 잘 먹지 않던 야채를 골고루 많이 먹게 되는 월남쌈은 나에게 참 고마운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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