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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Feb 07. 2021

공백을 깨는 두려움

__일을 시작해야 한다. 돈을 벌어야 한다.

 






나도 올해에는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해서 최근 알바 사이트를 몇 번 둘러봤다. 기술도 없고 경력도 없으니 무슨 일을 구해야 할지 정말 두려웠다. 몸으로 하는 일은 병원비가 더 나올 텐데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이번에는 시켜만 준다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하니까 천천히 둘러보던 중이었다.


커피를 배워뒀더라면 일할 곳이 있었을까?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났더라면 직장 구하기가 조금 수월했을까?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다. 이 나이 먹고 할 줄 아는 게 너무 없다. 이 자괴감이란...


그러다 미술 관련 구직만 올라오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근처 미술학원 몇 곳에서 선생님을 구한다. 그러나 나이가 걸린다. 내 나이가 미술학원 원장을 하고도 남을 나이긴 하다. 몇 곳에 이력서를 보냈다. 조건에서 조금 벗어나도 안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냥 메일을 보냈다. 


새벽에 메일을 보냈는데 한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전화로 2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화요일에 학원에 들러 간단한 면접을 보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싱숭생숭하다. 10년 넘게 소소한 애들 수업만 하다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많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 분명히 좋은 기회인데 희승이가 자꾸 걸린다. 같이 있으면 싸우기만 하는데도 엄마 없이 집에 혼자 두기가 싫다. 외동이라서 많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말 상대가 없으니 말이다. 유별나게 말도 많은 희승, 소통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희승, 뭐든지 함께하면 두배 세배 기뻐하는 희승이를 놔두고 하루 종일 나가 있으려니 마음이 꽤 쓰인다. 일단 화요일에 학원에 가서 내가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그쪽에서 나를 채용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앞서 걱정을 하지 말아야지 싶다. 


일을 시작하게 되면 희승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같이 이야기 많이 나눠봐야겠다. 지금은 게임도 유튜브 시청도 그리 많이 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그 부분이 조금 걱정이다. 뭐든지 적당한 수준에서 스스로 조절해야 하는 거라고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무슨 일이든지 해야 한다는 것은 정해졌으니 앞으로의 생활은 조금씩 조정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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