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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Feb 08. 2021

치과에 가서 울었다.

__엉엉


3년 전에 신경치료를 했던 이가 아픈지 좀 되었다. 더 이상 참기 힘들어서 병원에 갔다. 3주 전에 작은 치과에 갔다가 신경치료를 다시 하는 건 힘든 치료니까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산에 있는 치과 전문병원에 예약을 했다. 예약이 많은지 열흘을 기다려야 했는데 예약 확인 통화를 하던 중에 오전에 괜찮으면 날짜를 앞당길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엑스레이를 살펴보시던 의사 선생님이 ct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너무 무서웠다. ct를 찍는데 기계 작동이 잘 안 돼서 여러 번 촬영을 했다. 긴장되고 마음이 불편했다. 다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진료실로 향했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는 염증이 심해서 신경치료를 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단다. 발치라니 덜컥 겁이 났다. 발치 전문 선생님과 상담을 잡아 줄 테니 조금 기다리라고 하며 의사 선생님은 나가셨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나왔다. 간호사 선생님이 이리로 오라는데 눈물을 훔치며 따라갔더니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셨다. 다른 치아는 다 건강하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도 눈물은 멈추지가 않았다.


발치 전문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해주시는 분에게 임플란트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임플란트는 가격이 워낙 비싸니까 돈도 문제지만 사실 돈보다 내 이를 발치하게 되었다는 게 충격이었다. 마치 불치병에라도 걸린 것처럼 너무 슬펐다. 역시 난 중생 중에 중생이다.


겁쟁이! 너무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집에 돌아와서 희승이 점심밥을 챙겨주고 한숨 잤다.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병원에서 긴장을 한 탓에 거의 기절을 했다. 그러다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이미 신경치료를 했고,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임플란트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조금 일찍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신경치료를 해준 병원에서 처음부터 잘 못 했던 것 같아서 억울하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다. 신경치료를 하고 끼워준 크라운이 밥을 먹다가 두 번이나 빠졌었다. 뭔가 딱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는데 컨디션 탓이겠지 하며 가볍게 넘겨와서 결국 이렇게 된 것 같다. 역시 뭔가 증상이 보이면 너무 가볍게 넘기지는 말아야겠다. 그게 병이든 내 삶이든 말이다. 웬만하면 애초에 병원은 잘 골라서 가야겠지만 그것도 사실 뜻대로 되진 않는다. 사는 게 다 그런 것 같다.


너무 크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니까 앞으론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된다.




(덧)

그래도 발치는 무섭고 임플란트는 부담된다.

양치를 잘합시다.

치과는 처음부터 괜찮은 곳으로 다닙시다.

몸에 증상이 보이면 주시합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킵시다.


그래도 나이 들고 많이 사용한 몸인데

너무 쌩쌩하기를 바라지 맙시다.

그건 욕심쟁이 우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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