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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Feb 09. 2021

발치라는 불치병

__ 나랑 30년을 같이 살아준 어금니야 잘 가!



어금니야 잘 가!



이 글을 쓰려니 눈물이 난다. 나랑 길고도 밀접한 시간을 보낸 어금니를 이제 보내줘야 한다니 '어금니 장례식'이라도 치러줄 판이다. 그 많은 먹거리를 씹어주느라 그동안 수고가 참 많았는데 보내줘야 한다니 발치한 어금니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 그리고 묻어줘야겠다.




Dear. 나의 어금니

어금니야. 안녕! 너에게 이렇게 작별인사를 하게 되어 참 슬프구나. 너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가 마지막 이 될 줄은 몰랐어. 정확히 언제부터 너와 함께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30년은 족히 된 것 같구나.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던 밥을 꼭꼭 씹어주고 많은 군것질도 함께 했지. 내가 단걸 그리 많이 좋아하진 않았지만 간간히 군것질을 해서 너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 어린 시절 충치세균이 너를 괴롭혀도 나는 양치질을 게을리했었지. 정말 미안해. 얼마나 찝찝했니.

너는 내가 내뱉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다 알고 있지. 누군가와 나눈 대화도 다 듣고 있었을 거야.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는지 잘 알고 있지. 그간 내가 만난 남자들과의 키스도 함께 했잖아. 그런 너를 보내려니 마음이 아프다.

잘 가! 다시 태어나도 내 어금니로 태어나줘.





쓰다 보니 참 웃기지만 보내려는 아쉬운 내 마음만은 진심이다. 발치를 생각하며 많이 아프신 분들이 생각이 났다. 이런 글을 쓰려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임플란트는 잘 치료하면 되는데 어디 크게 아파본 적이 없어서 아주 웃기고 있다. 큰 수술을 하신 분들, 사고가 나서 치료 중이신 분들, 치료 방법이 없어서 고통을 참고 사는 분들, 태어날 때부터 아픈 아이들, 세상에는 아픈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아프지 말고 행복하면 좋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치아 명칭 __<네이버>에서 퍼옴




내일이면 내 [16번 첫째 큰 어금니]를 떠나보내야 한다. 이가 사라진다니 겁도 나고 아플까 봐 무섭고 떨린다. 그래도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어금니의 뒷모습은 진정 아름다울 것이다. (뭔 소리야..)




(덧)

-양치질을 잘합시다.

-닦은 이도 다시 보자.

-치실, 치간칫솔은 필수!

-우유나 산도 높은 음료를 마신 후

 양치를 하지 못하면 물로 헹궈주세요.

-정기적인 치과 진료 필수!



(___뭐뢔! 발치 무섭다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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