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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Mar 05. 2021

어여쁜 도시락 가방

__ 기억에 남는 선물



중 2 때 담임선생님은 27살의 꽃다운 여자 선생님이셨다. 내가 15살 때니 12살 차이가 난다. 내 나이 43살이니 선생님께서는 55살이 되셨을 테지. 너무 보고 싶은 선생님, 잘 계시는지 궁금하다. 결혼하신 지 얼마 안 되셨을 때라 아기가 없었는데 내가 고등학교에 갔을 때 임신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과 나는 가까이에 살았다.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더위가 막 시작됐을 무렵 선생님과 나는 걸어서 집에 온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내 생일이라는 걸 아신 선생님은 조그마한 가방가게에 들어가서 도시락 가방을 선물해주셨다. 타원형 원통 모양에 색은 풀색과 초콜릿색이 섞여있었다. 아직도 그 디자인과 색이 기억이 난다. 달랑달랑 들고 다니기 좋은 손가방 스타일이었다.


선생님은 나를 무척 예뻐하셨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작년에 친한 아이가 있었는데 친하게 지내다가 선을 넘었다고 말이다. 그땐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질투심과 반항심이 가득한 여자 중학교 2학년의 교실에서 언니 같은 담임선생님과의 시기 어린 분위기! 설명하지 않아도 대충 감이 올 것이다. 바보 같았던 어린 시절. 나는 선생님을 친구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이 너무나 보고 싶다. 선생님의 아이는 성인이 되었겠지. 아이는 한 명일까? 아니면 몇 명을 더 낳으셨을까? 어디에 살고 계실까? 아직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실까? 모든 게 궁금하다.


선생님이 선물해주셨던 도시락 가방은 낡아서 버려졌지만 선물을 받은 그날의 온도, 주고받던 대화가 주던 설렘, 그리고 선물을 받아서 기뻤던 마음은 생생하다.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


(덧)

살면서 기억에 남는 선물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매일 선물을 받는다. 살아있다는 선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선물, 아이의 사랑한다는 한마디, 보고 싶다는 친구의 메시지, 책을 읽었을 때 받는 벅찬 감정... 우리는 매일 수 없이 많은 선물을 받고 있다는 걸 잊지 말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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