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즉흥적으로다가
2017년 6월, 호수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누워서 페북을 하며 띵까띵까 놀고 있었다. 띠링~ 새로운 글 하나가 올라왔다. 제주도에 사는 얼굴도 모르는 페친이 하루 단돈 1만 원으로 한 달간 집을 빌려준다는 글이었다. 무조건 가야 한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쿠리에게 이야기했더니 쿠리도 가고 싶은 눈치다. 그렇지만 신중한 쿠리는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고, 나는 보름은 안되냐는 댓글을 이미 달고 있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페친이 자기도 보름이면 가능하다고 댓글을 달았고 그렇게 우리가 보름, 댓글을 달았던 페친이 보름 지내기로 했다. 날짜까지 딱 맞아서 우리가 먼저 가기로 했다. 15만 원으로 14일 밤을 그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비행기표도 저가항공으로 서둘러 끊었고 무사히 제주에 도착했다.
우리 셋은 꽤 자주 즉흥적인 여행을 떠난다. 2017년 초여름 떠났던 제주도의 여행을 잊을 수 없는 건, 꽤 후졌던 빌라에서의 보름간이 참 즐거웠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놓고 간 열쇠와 집 사용법을 적은 쪽지를 우편함에서 찾아 3층으로 올라가던 그때가 생생하다. 처음으로 자동차 렌트를 해서 여기저기 다녔던 우리. 그리고 무사히 끝난 여행.
동네가 애월이어서 조금 걸어 나가면 나오던 예쁜 풍경과 바다가 참 좋았고, 그저 우리 셋이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함께 다녔던 모든 곳이 좋았지만, 유난히 예뻤던 2017년 제주를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