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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Mar 08. 2021

나랑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샤프펜’

__ 기린과 호랑이



1986년 여름,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여름 성경학교에서 선물로 받은 샤프펜!  포장지를 뜯어보니 내 건 호랑이 오빠가 받은 샤프는 기린이었다. 오빠는 호랑이 샤프가 갖고 싶었는지 나를 설득했다. 호랑이가 남자한테 더 잘 어울린다고 말이다. 나는 기린이 더 예뻐 보여서 그러자고 했다.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오빠의 호랑이 샤프는 방에 뒹굴어 다녔다. 나는 오빠 모르게 호랑이 샤프를 내 필통에 넣어놓았다. 오빠는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다. 


멋진 호랑이 샤프와 귀여운 기린 샤프를 가진 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 행복감을 잊을 수가 없어서 내내 갖고 있던 샤프 두자루! 이젠 거의 유물이 된 샤프지만 여전히 사용이 가능하다. 물론 쓰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보물! 오늘도 기린과 호랑이가 나를 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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