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친구랑 갔던 격포해수욕장
24년 전 여름, 고3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나가 보충수업을 하고 있었다. 교실에 에어컨이 없던 시절 선풍기 4대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아!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로구나. 고작 1년씩 먹어버린 나이는 어느새 나를 43살의 애엄마로 만들었다. 고3 때가 24년 전이라니...! 대단히 빠른 세월이다.
어차피 공부도 안 하는데 아이들을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 선생님 한두 분이 잠깐씩 둘러보시기만 하고 교실에는 우리들만 있었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어떻게 땡땡이를 치면 좋을지 친구와 모의를 했다.
바다가 보고 싶었다. 전라북도 익산이 고향인 나는 바다를 보러 가려면 시외버스를 타고 40분가량 가야만 했다. 변산반도에 자리한 변산해수욕장 또는 그 옆쪽에 있는 격포해수욕장이 만만했다. 우리는 격포해수욕장에 가기로 마음을 먹고 갖고 있던 돈 몇 푼을 가지고 학교를 나왔다. 잠시 밖에 나간 척을 하기 위해 신발장에 신발은 그대로 놓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격포행 티켓을 끊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하드 하나씩을 입에 물었다. 꽤 더웠던 1997년 8월 여름이었다.
버스에 올라 창밖 풍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격포에 도착했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가다 보니 해수욕장이었다. 교복을 입고 슬리퍼를 신고 우리는 해변을 걸었다. 해변을 걸어가다 보니 격포에 있는 멋진 바위들이 보였다. 격포 채석강은 언제 봐도 멋졌다.
채석강[ 彩石江 ]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맨 서쪽에 있는 해식절벽과 바닷가.
채석강의 암벽
면적 12만 7372㎡이다.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 맨 서쪽,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 밑에 있다. 옛 수군(水軍)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全羅右水營) 관하의 격포진(格浦鎭)이 있던 곳이다.
지형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 편마암을 기저층으로 한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이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주변의 백사장, 맑은 물과 어울려 풍치가 더할 나위 없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중국 당의 이태백이 배를 타고 술을 마시다가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흡사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여름철에는 해수욕을 즐기기 좋고 빼어난 경관 때문에 사진 촬영이나 영화 촬영도 자주 이루어진다. 채석강에서 해수욕장 건너 백사장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붉은 암벽으로 이루어진 적벽강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채석강 [彩石江] (두산백과)
바위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맞는 바람은 시원했다. 교복 치마가 펄럭거렸다. 우리는 깔깔대고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뭐가 그리 좋았을까! 격포에 다녀오는 내내 우리는 참 행복했다. 땡땡이친걸 선생님한테 걸려서 다음날 반성문을 써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때 내가 반성문에 썼던 한 문장을 잊을 수가 없다. "선생님은 우리 마음이 어떤지 잘 모르시잖아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꽤 좋으신 분이었고 나를 불러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생님이 너희들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힘들다는 건 알아. 그래도 몰래 학교를 나간 건 잘못한 거야."라고 말씀하시며 난감해하셨던 선생님의 얼굴이 생생하다. 그때 선생님의 나이가 40대 중반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늙으셨겠지?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 반 친구 한 명이 학기 중에 하늘나라로 떠나 많이 힘들어하셨던 선생님을 위로해드리고 싶다. 두 손 꼭 잡아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