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봄 봄 봄
기억에 남는 봄 날을 생각해본다.
21살 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캠퍼스를 거닐며 몇 개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교내 카페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물고 찍은 사진, 작은 연못 앞에서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 책을 읽는 설정을 한 사진까지 하루를 내내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디카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 5장씩 인화를 해서 나눠가졌다. 나까지 5명인 우리는 ‘독수리 5 자매’로 불렸다.
얼마 후에 그 친구들과 당일치기로 여수에 다녀왔다. 오동도에 가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여수 밤바다를 보고 올라왔었다. 그때 찍은 사진도 앨범 어딘가에 있다.
21살! 내 인생도 봄을 거닐고 있었다. 지금 43살이니 21년을 두 번 살아냈다. 세월이 정말 빠르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이번 겨울은 많이 춥고 길었다. 모두가 고생했던 2020년엔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봄은 이미 와있다. 꽃이 피고 나뭇잎이 초록을 띄고 있다. 이번 봄이 모두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