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 "사랑과 평등"
멋진 어른이란 뭘까? 너무 막연하지만 일단 적어보자.
먼저 고등학교 때 문학 선생님이 떠오른다. 2학년 때까지는 문학시간이 있었고, 3학년이 되자 더 이상 문학수업을 받을 수 없었다. 책을 많이 읽던 학생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시를 접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수업을 받는 동안 좋은 시와 시인을 많이 소개해 줬다. 그때 안도현 시인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를 마냥 어린 학생으로만 대하지 않고 함께 시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일주일에 한 번이었지만 공부에 지친 우리들에게 치유의 시간을 주었던 것 같다. 수능이 끝나고 학교에 놀러 나가던 때에 친구랑 나에게 캔맥주 한 개씩을 사주셨다. 대낮에 셋이서 마시던 맥주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조교 생활을 함께 했던 교수님 생각도 난다. 60세가 넘은 분이었지만 한 번도 나를 하대한 적이 없다. 무엇을 시키든 의견을 물었고, 칼출근 칼퇴근에 대해서도 아무 말 없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쓸 수 있는 월차는 내가 쓰고 싶을 때 아무 때나 쓸 수 있었다. 당연한 것 같지만 당연한 것을 못 챙길 수도 있는 상황에서 2년을 함께 지내는 동안에 나에게 한 번의 꾸지람도 하지 않았던 교수님은 나중에 희승이를 낳고 한두 번 찾아뵙기도 했었다.
두 분을 생각해보니 기본적으로 모든 것에 대한 애정이 있던 것 같다. 마음속에 사랑이 존재했던 것이다. 괜한 미움이나 화가 없던 분들이다. 상대가 나이가 어려도 그들을 존중을 해주었다.
나에게 있어서 멋진 어른이란 “사랑과 평등”이 뭔지 아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마음에 사랑이 있어야 평등이 실천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평등하다는 마음가짐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어른도 완벽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 멋진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멋진 어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가끔 불쑥 튀어나오는 꼰대를 보고 가끔 놀란다. 나이를 먹었으니 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최대한 조심해야겠다. 사랑과 평등을 실천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