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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__ 빠르게 봄이 왔다가 빠르게 간다.

by 슬슬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반복된 삶 속에서 어느새 봄꽃이 피었다가 떨어지고 있다. 샛노란 개나리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길을 빠르게 지나치기만 했다.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것은 참 즐겁다. 일을 한다는 것 자체도 생활에 생기가 돌아 좋다. 그런데 4세 아이들의 담임 역할은 나에게는 버겁다. 나는 수업을 하러 돌아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자세히 지켜보고 돌봐 줄 시간이 없다. 점심을 챙긴다거나 등 하원을 챙길 뿐이다. 그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가기 때문에 아이들과 눈을 맞출 시간도 거의 없다. 나는 그저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충분히 소통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그러나 일하는 것에 조금씩 적응을 하고 있다. 틈틈이 아이 한 명 한 명과 소통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잠깐이나마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아이가 조금은 더 보인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한 명 한 명을 전부 다르게 대할 수 있는 세심함이 있다. 큰일이 아니면 모른 채 눈감아 줄 수 있는 경험치도 있다. 아주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가끔 생각한다. 이 아이들이 커서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겠지? 3돌이 겨우 지난 꼬마들이 화장실 가는 것을 봐주고 때로는 밥을 먹여준다. 떼를 쓰면 훈육을 하기도 하고 꼭 안아주기도 한다. 10여 년 전에 나와 미술수업을 했던 10살 꼬마 아이는 벌써 군대에 다녀왔을 나이다. 그때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2021년 봄날은 새싹처럼 피어나고 있는 아이들과의 추억이 쌓이고 있다. 돌발행동을 하는 아이, 착실한 모범생 스타일의 아이, 말이 많은 아이, 말이 없는 아이, 장난기가 많은 아이, 수줍음이 많은 아이... 정말 모두가 다른 모습이다. 한 가지 똑같은 점은 아이들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가 자기를 예뻐하는지 안다는 것이다.


빡빡한 수업일정이 있는 아이들에게 미술시간이 환기가 되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오늘 미술수업 정말 재미있었어!"라는 마음이 들기를 바란다. 놀면서 배우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해야지!



<나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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