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네. 심심해요. 그래서 걸어요.
일을 시작한 지 벌써 4개월이 지났다. 매우 바쁘고 엄청 힘들다. 그런데, 나는 일을 하기 전보다 심심하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서?
그저 돈을 버는 중이라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속하는 편이고, 직장생활도 나름 할만하다. 돈을 버는 일도 재미있다. 그런데 나는 심심하다.
별일이 없어서 심심할 터이다. 잘 굴러가서 심심한 것이다. 그래서 100일간 하루에 만보씩 걷기로 했다. 다음 주에 백신을 맞아야 해서 그때 2-3일 못 걸으면 나중에 며칠은 이만보를 걸어야겠다.
어제 너무 지치고 더워서 안 나가고 있었더니 희승이가 쉬라고 말해줬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나가며 “나와의 약속이라서 걸어야 해!”라고 말하고 운동화를 신었다. 그래. 난 걷고 싶다. 오래오래 걷고 싶다.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 걷는 게 아니다. 지금 행복하고 싶어서 걷는다.
비 소식이 있으면 집에서 사이클을 탄다. 싸이클로 만보를 채우기는 걷기보다 훨씬 힘들다. 물론 칼로리 소모는 거의 두배다. 걷는 행동은 운동보다는 걷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운동으로 채우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 나는 그냥 걷고 싶다. 습하고 더워서 땀이 많이 나지만, 그래도 걸으면 살맛이 난다. 잘 살고 싶어 진다.
오늘도 나는 걸으러 나간다. 같이 걸어주는 쿠리 덕분에 든든하다. 감사한 일 투성이다. 걸으니 행복이 내게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