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안녕! 거미야. 반가워.
엄지 손가락 크기의 거미가 조명을 받으며 가만히 있다. 평소 볼 수 없던 크기의 거미를 보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노란색 조명은 거미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진을 찍기 바로 전에 거미줄을 왜 치우지 않느냐고 쿠리에게 말했다. 순간 부끄러웠다. 거미줄을 치웠다면 이렇게 큰 거미를 볼 수 없었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이 담긴 생각의 거미줄을 얼마나 자주 치우며 살고 있을까? 12살인데도 상상놀이를 여전히 즐기는 희승이에게 내가 방해가 되고 있지는 않을까? 말 한마디 한마디로 그 거미줄을 걷어내며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겠다. 매우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희승이의 거미줄이 겹치고 겹쳐 멋진 희승이가 되도록 해주고 싶다. 그게 안되면 가만히라도 있어야겠다. 그 거미줄은 알아서 잘 만들어질 테니까.
치우지 않아 주어 고마워요. 이렇게 큰 거미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오래오래 잘 살아라. 거미야.